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얼음 통통 수박 꿀맛

내가 어렸을 때에는 냉장고도 없고 먹을 것도 귀한 시절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식구라 해봤자 3명 아니면 4명이지만, 그때 우리 집 식구만 7명인 데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래채에 사는 식구들까지 다 모이면 열서너 명은 되었습니다.

그래도 그 시절 기억이 제일로 많이 나는 건 아마도 귀하기 때문에 더 맛났던 시절이라 그런가 봅니다.

복날만 되면 아버지께서는 시장에서 젤로 큰 수박을 하나 사오셨답니다. 그러면 어머니께서 얼음집에 가서 얼음을 하나 사오라고 나를 부르셨습니다.

나는 동생과 신이 나서는 얼음가게로 달려가면 얼음집 아저씨는 톱 같은 걸로 얼음을 슬근슬근 잘라서 주셨답니다.

큰 얼음 달라고 때를 써서 조금이라도 큰 걸 얻어 낑낑거리며 들고 오면(지금에야 흔한 얼음이지만, 그때는 귀한 얼음이었거든요) 아버지는 바늘 하나와 망치를 들고 얼음을 깨셨지요.

그러면 우리는 무슨 거룩한 작업이라도 하는 양 그 옆에서 얼음이 깨질 때마다 튀어오는 얼음의 작은 파편들을 맞으며 탄성을 지르며 좋아했습니다.

얼음 절단 식을 마치면 커다란 볼에 얼음과 수박을 섞어 모두 한 대접씩 받아서 대청마루, 아니면 마당 평상에 앉아 먹었답니다. 욕심을 내어 많이 받아서는 억지로 배가 터질 듯 먹고 자면 꼭 이불에 지도를 그리곤 했답니다.

모자라고 부족했던 어린 시절의 이런 기억들은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그립고 행복했던 추억인 것 같습니다. 이번 복날 나도 아이들과 함께 얼음 깨는 걸 해보면 아이들이 좋아할까요? 냉장고에 크게 얼려서 한번 해볼까 합니다. 내 아이들에게도 새로운 추억이 되길 바라면서요. ㅎㅎㅎ

김은자(대구시 북구 동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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