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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불법간판…일그러진 '대구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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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의 전수조사 대구옥외광고물 실태

▲ 부끄러운 간판 문화가 바뀔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은 수성구 조사원이 건물 간판들을 꼼꼼히 조사하는 모습.
▲ 부끄러운 간판 문화가 바뀔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은 수성구 조사원이 건물 간판들을 꼼꼼히 조사하는 모습.

"부끄러운 간판 문화, 이젠 바꾸자!"

행정자치부가 대구를 비롯한 전국 기초자치단체에서 2001년 이후 6년 만에 옥외광고물 전수 조사(6~8월)를 실시하고 있다. 법의 맹점과 배짱 영업의 악순환 속에 좀체 바뀔 줄 모르는 우리 간판 문화를 '이젠 정말 바꿔보자'는 취지다. 두 달 동안 진행된 대구 옥외광고물 조사 현장에서는 부끄러운 간판 문화 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법의 맹점 악용한 간판 문화

수성구청이 6월 한 달간 수성교~대륜고 구간의 1만 8천 개 옥외 광고물을 전수 조사했더니 '불법 아닌 불법' 간판들이 쏟아졌다. 지면과 4m 이상 떨어져야 하는 세로간판이 1층 한가운데 달려 있는 음식점(위치·장소 위반), 2층 규모의 전체 8개 간판 가운데 흑색, 적색 비율이 전체 면적의 50%를 넘긴 것(표시 위반)들이 절반이나 되는 건물, 동시에 달 수 없는 가로·세로 간판이 버젓이 설치된 상가(수량 초과) 등이 부지기수였던 것.

그러나 이 같은 광고물 대부분은 옥외광고물법상 '불법'이 아니었다. 옥외광고물법은 신고대상(가로 5㎡, 세로 1㎡ 이상) 간판에 대해서만 불법을 인정하기 때문에 광고물 크기만 '교묘하게' 조절하면 법망을 피할 수 있었던 것. 이경동 수성구청 광고물계 담당은 "전체 4만~4만 5천 개로 추정되는 수성구 간판 가운데 미신고 비율이 60%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불법간판, 효과만 좋으면 그만

동성로 휴대전화 골목은 대구의 '불법 간판 천국'으로 전락했다. 중구청이 4월 조사한 이곳의 간판은 무려 400여 개에 달했고, 이 가운데 절반인 200여 개가 불법으로 밝혀졌다. 옥상 광고물로 허가받지 않으면 건물 높이를 초과할 수 없는데도 마구잡이로 간판 규모를 키웠고, 그래도 모자라 창문까지 덮었다. 영업 내용과 관련한 간판 문구 면적 또한 법 기준(전체 면적의 25%)을 초과하는 일도 허다했다.

그러나 "이행 강제금을 물어도 광고 효과만 좋으면 그만이다."는 업체가 너무 많아 철거 작업이 쉽지 않은 게 현실. 중구청 광고물계 관계자는 "휴대전화 골목의 간판을 전수 조사하고 불법 안내 공문을 발송하는 데에만 6개월이 걸렸다."며 "사업비와 인력 문제 때문에 이곳을 포함한 모든 철거 공사를 한꺼번에 처리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간판문화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의지

간판 문화에 대한 국가적 대책 마련 목소리가 끊이지 않으면서 뒤늦은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행자부는 이번 전수 조사를 계기로 그동안 실태 자료조차 전무했던 미신고 대상 광고물 등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행자부는 또 옥외광고물법을 개정, 미신고 대상 광고물 기준을 크게 강화해 교묘하게 단속을 비켜가는 간판 제작 관행에도 제동을 걸 방침이다. 서울시는 지역별 특성에 적합한 '권역별 간판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로 했고 부산시는 길거리 현수막 제로화, 인천시는 역사·문화형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시 경우 다른 지자체들의 움직임과 비교할 때 간판 문화를 바꾸려는 정책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어지러운 간판 문화 개선이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100억 원대 사업비를 투자해 대로변 간판을 정비했던 천안, 안양 등의 경우 획일성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기도 해 좀 더 신중한 접근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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