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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닉 에세이] 빈 둥지와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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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긴 바지 안에서 비밀의 화원처럼 숨겨진 양다리가 드러났다. 외래에 들어선 그녀는 말수가 적고 인상이 굳어있어 다가가기가 어려웠다.

"저... 저..." 라고 말을 얼버무리기만 하고 말을 하지 않는다.

"간호사 좀 내 보내주세요"

어렵사리 본 그녀의 다리는 화상 흉터로 일그러져 있었다.

삼십년 전 꽃다운 처녀 시절, 섬유공장에서 작업 중 석유 가스에 불이 붙어 전신에 화상을 입었단다. 삼십년 전 그 어려웠던 시절, 아마도 가계를 책임진 시골집 맏딸이거나 동생들의 학업을 떠맡은 맏누이이리라. 대학시절, 야간학교에서 교사로서 낮에는 직업 전선에 밤에는 공부하러 오는 형설지공의 내 나이 또래 만학도들을 가르친 적이 있었다. 봉사한다는 어줍잖은 결심으로 시작하였으나 나 자신이 너무나 많은 것을 얻었던 그 시절이였다. 흙바닥에 세워진 가건물에서 진행되는 열악한 수업에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등교하는 학생들과 그들을 둘러싼 많은 사연들에 감동과 눈물과 기쁨으로 예과 2년을 보냈던 일이 오래 전에 꾼 꿈처럼 어슴프레 뇌리를 스친다. 그때 가장 많았던 학생이 직업군이 직공이였다.

"이 흉터 없앨 수 있을까요? 그때 화상 치료 할 때 너무 아파 다시 병원 찾는 데 삼십년 걸렸어요"

"결혼도 하고 아이들도 다 성장했을 텐데 그냥 사시지요"

흉터 치료에 시술되는 프락셀이란 레이저가 있긴 하나 시술 부위가 넓어 진료비 부담이 너무 클 것 같아 일단 만류하였다.

"원장님, 다리가 드러나는 치마 한번 입어보는 것이 소원입니다. 젊을 때는 사는 것이 바빠 모르다가 오히려 요즈음이 더 우울해요. 자식들은 내 품을 떠나 새처럼 날아가고 남편은 늘 바빠 하숙생처럼 드나들고 나는 빈 둥지처럼 허전해요 "

아! 그렇다. 그녀에게 다리의 화상 흉터 치료는 마음의 각진 응어리를 풀어주고 지난 억울한 세월에 대한 보상이며 현재의 우울에 대한 긴급 처방인 것이다.

시술 일자를 예약 잡고 돌아가는 그녀의 발걸음이 나비처럼 사뿐하다.

정현주 (고운미 피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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