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클리닉 에세이] 아름다운 봉사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이십대 푸릇한 싱싱함을 가리기에 충분히 심한 여드름 흉터와 염증을 가진 딸과 걱정스러운 얼굴의 어머니가 진료실을 들어선다.

"언제부터 여드름이 났죠?" 가벼운 문진으로 시작된 진료 과정 중 들은 사연은 이러하다.

모대학 사회복지과 졸업반에 다니고 있으며 쌍둥이 자매인 언니와는 달리 외모나 의상, 이성에 관심은 전혀 없고 오직 봉사에만 전념한단다. 이란성이라 외모도 안 닮았지만 성격, 취향도 딴판이라는 어머니 말씀이 끝나기도 전에 숨을 몰아쉬며 S라인 모델이 진료실을 들어선다.

"차가 막혀 늦었어요. 제 얼굴 많이 좋아졌죠? 그래서 동생 끌고 왔어요"

이제 보니 낯이 익다. 지난겨울, 예쁘고 날씬한 몸매를 가진 그녀에게 옥에 티처럼 얼굴에 산재한 주근깨 때문에 레이저 시술받고 간 아가씨다.

"한여름 땡볕에 자외선 차단제도 안 바르고 농촌봉사활동 다니고요, 엄마가 여드름 치료 해주겠다고 해도 그 돈으로 복지관 아이들 도와주어야 한다고 자기 달라나요"

옆에 서 있던 어머니도 한마디 거든다.

"일찍 치료했으면 치료비도 적게 들었는데 흉터까지 남겨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네"

언니와 어머니의 타박에도 연신 싱글거리며 "그러게 누가 치료 해 달래? 다음 주에 꽃동네 간단 말이야. 어차피 오래 치료도 못해."

봉사 활동 간 우리 젊은이들이 탈레반에게 납치당해 나라는 물론 온 세계가 시끄럽다. 우리가 그들을 높이 인정해 주어야 하는 큰 이유는 한별이(여드름투성이 봉사쟁이 아가씨)처럼 별보다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그 사람들의 초심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이고 삭막한 이 세상에서도 살 만한 이유이리라.

이 고집쟁이 봉사쟁이 아가씨에게 나는 여드름약 대신 무좀약과 피부염약을 한 아름 안겨주었다. 꽃동네 봉사 활동 갔을 때 기증하라고!

정현주(고운미 피부과)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비판하며, 북한의 위협을 간과하는 발언이 역사적 망각이며 대한민국에 대한 배신이라고 ...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263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나름(이음률)이 초등학교 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가해자가 아이돌로 데뷔했다고 폭로하며 학폭의 고통을 회상했다. 개...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