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지방은 없는 부동산 정책

'한 나라 두 시장(市場)'

수도권 집중의 폐해가 지적돼 온 것은 한두 해 일이 아니다. 20여 년 동안 신정권 출범 때마다 수도권 규제와 지방 활성화를 내세워 왔지만 갈수록 사람도 돈도 수도권으로만 몰려온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노무현 정권이 지방 분권에 대한 강한 의욕을 내보이며 혁신 도시와 행정 도시 건립이 시행에 들어가면서 지방민들은 결과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을 보면 역시 한국에는 '수도권' 밖에 없다는 소외감에 젖게 된다.

노무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 결정판으로 불리는 '분양가 상한제'와 무주택자에게 분양 우선권을 주는 '청약 가점제'가 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몇년간 고공행진을 거듭해온 아파트 가격을 본다면 두가지 정책은 부동산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 올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는 한 가지 단서가 있다. 지방은 별 볼일 없고 수도권만 해당 사항이 있다는 점.

대구를 보자. 미분양 아파트가 1만 2천 가구를 넘어서고 있는 현실에서 청약 자격을 제한해 무주택자에게 우선 순위를 주는 '청약 가점제'는 말그대로 딴나라 이야기다. 분양가 상한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제시한 상한제 가이드 라인을 보면 아무리 따져봐도 '지방은 집값 20%' 가 내릴 근거가 없다. 수도권 기준에 맞춰 건축비를 제시한 탓에 지방에서는 오히려 시공사가 분양가를 더 올려 받을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았다. 또 감정가로 인정받는 택지비도 감정가격의 120%까지 인정키로 해 터무니없이 땅값이 오른 수성구 일부 지역 등을 빼고 나면 해당 사항이 없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부 업체는 오히려 분양가 상한제 이후로 분양 시기를 늦추자는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을 정도다.

대구와 부산 등 미분양으로 건설업뿐 아니라 지역 경제까지 타격을 입고 있는 지방 자치단체들은 올들어 꾸준하게 '지방 부동산 규제' 완화를 외쳐오고 있다. 얼마전에는 지방 상의들까지 가세해 목소리를 냈다. 지방은 양도세를 감면하고 대출 규제를 완화해 건설 경기를 살려달라는 것이 골자.

하지만, 중앙 관료들은 여전히 '수도권 집값'이 불안하다며 '지방의 절규'를 애써 외면하는 듯하다. 대구를 비롯한 지방 대도시도 지난 몇년간 집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온 만큼 적절한 규제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약이 독이 되듯 지방은 수도권이 아닌 '지방 맞춤식' 처방전이 필요하다.

수도권 정부 부처와 기업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방의 눈높이에 맞고 지방민이 필요로하는 정책이 우선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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