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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 기승…주민 '벌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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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집 처마에 집짓고 벌초객 부상도 속출

23일 오전 10시 안동 도산면 온혜리 퇴계태실. 지붕 처마 끝 서까래에 방충망을 뒤집어쓴 119구조대원 3명이 기어올라갔다. 그들은 서까래에 매달린 항아리통만한 말벌집을 떼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자신들을 공격하는 수백 마리의 말벌을 모기약을 뿌려가며 방어한 지 10여 분 만에 벌집을 가까스로 떼냈다.

쉴 틈도 없이 구조대원들에게 또 다른 출동명령이 떨어졌다. 인근 한 가정집 처마에 비슷한 크기의 말벌집이 있다는 것. 이들은 이날 하루 동안 모두 8차례나 신고를 받고 출동해 8개의 벌집을 제거했다.

최근 경북에 말벌 주의보가 내려졌다. 집 처마에 벌집을 만들고 3㎝가량 크기의 말벌 수백 마리가 집 근처를 날아다녀 주민들이 외출은 물론 한여름에도 창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것.

말벌에 쏘인 부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15일 김모(50·상주 낙양동) 씨는 벌초를 위해 가족들과 함께 상주 내서면 노류리 조상 묘소를 찾았다가 말벌에 머리 3곳을 쏘여 전신이 마비되고 40℃까지 열이 치솟아 병원 이송 치료를 받기도 했다. 버섯을 따던 최모(69·상주 모동면) 씨도 말벌에 쏘여 1주일간 입원했다. 지난 22일 고령읍 신리에서 벌초를 하던 조해식(55·고령읍 장기리) 씨도 말벌에 쏘여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소방서 119구조대에 벌집 제거를 호소하는 주민들의 신고로 전화통이 불이 날 지경이다. 특히 말벌 신고가 예년보다 2~5배가량 늘면서 도내 소방서마다 '말벌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안동소방서의 경우 지난 한 해 동안 20여 건가량이었으나 올해는 8월 현재까지만 100여 건을 넘어섰다. 문경소방서 경우 7, 8월에만 말벌집 신고가 60여 건에 이르는 등 지난해보다 두 배나 늘었다.

문경소방서 성기환 소방교는 "7월 중순부터 신고 전화가 하루 4, 5통씩 쇄도하는 등 요즘 벌집을 제거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했다.

양봉업자들은 말벌이 급증한 것은 계속된 폭염으로 인해 곤충 번식에 좋은 아열대성 기후조건이 조성됐고 예년과 달리 올 여름에는 비가 많이 오지 않아 벌 번식이 양호해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신현기(50) 안동소방서 119구조대장은 "본격적으로 산에 오르는 벌초철이 되면 야생벌로부터 공격을 당하는 일이 많다."며 "무리하게 벌집을 제거하려 하지 말고 반드시 소방서에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권동순·박진홍·정창구·엄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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