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꿈을 찾아 히말라야로…로체원정대 백승화·최기영

▲ 내년 1월 히말라야로 떠나는 백승희(17) 양과 최기영(17) 군은 이번 로체원정이 꿈과 진로를 설계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내년 1월 히말라야로 떠나는 백승희(17) 양과 최기영(17) 군은 이번 로체원정이 꿈과 진로를 설계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청소년 문화사업을 벌여온 (재)한국글로벌재단이 지난달 중순 전국 2천여 명의 중·고교생 지원자 가운데 25명의 2007 히말라야 로체원정대원을 최종 선발했다. 100대 1의 경쟁을 통과한 합격자 명단에는 대구 고교생 2명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주인공은 열일곱 살 동갑내기 백승화(정화여고 2년) 양과 최기영(경상고 2년) 군. 내년 1월 히말라야로 출정할 때까지 매월 한 차례씩 국내에서 험난한 산악 훈련을 거듭해야 하지만 표정은 더없이 밝았다. 또래들이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입시준비에 한창인 이 시기에 둘은 무엇을 찾아 머나먼 히말라야로 떠나려는 걸까.

▶도전을 찾아 떠난다

"공부를 특출나게 잘한 것도 아니고… 요즘 작아진 제 자신을 보면서 히말라야에 갔다오면 분명히 뭔가를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백승희 양) "'길이 험할수록 가슴이 뛴다'는 원정대 홍보 문구를 보는 순간 꼭 가야겠다고 결심했죠."(최기영 군)

백 양은 지난 7월초 로체원정대에 지원서를 냈다. 어려서부터 함께 암벽등반을 한 아버지가 "영어단어, 수학공식 하나 익히는 것보다 몸으로 배우는 것이 더 값지다."며 등을 두드려 준 게 큰 힘이 됐다. 백 양의 어릴적 꿈은 암벽등반 전문가나 운동선수. 초등학교 4학년 때 스포츠클라이밍에 입문, 중2때까지 활동하면서 여러 차례 상을 받았다. 중학교 때는 육상선수로 활약한 적도 있다. 스포츠를 좋아해 전통무예를 배웠고 고1때까지 태권도장을 다녔다. 그런데 원정대에 낼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눈물이 터져나왔다고 했다. "고교생활을 돌아보니 공부도 어중간하고 특기도 살리지 못한 것 같아 너무 속상했어요." 백 양은 대구동중에서 함께 육상선수로 뛰었던 친구 최 군에게 원정대 모집 정보를 알렸고, 함께 참가하고 싶다는 말을 얻어냈다. 최 군 역시 "부모님은 경찰관이 되라고 하셨지만 스스로는 적성과 진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며 "한때 태권도 유망주였지만 지금은 학원과 야간자습에 치이는 어중간한 성적의 고교생이 된 내 모습이 싫었다."고 말했다.

▶깨달음은 과정에서 얻어진다.

이번 원정대 선발은 1차 서류, 2차 면접과 체력검증, 3차 야영테스트로 진행됐다. 둘은 1차를 통과한 200여 명의 지원자들과 경쟁을 벌여야 했다. 모두가 평범하지 않은 경쟁자들이었다. 함께 면접을 본 학생들 중에는 고1인데 해외여행을 열 번 넘게 다녀온 이도 있었고, 민족사관고나 대안학교 학생, 탈북 청소년도 있었다. 한 학생은 특기를 보이라는 면접관의 말에 몸으로 음악을 표현하겠다며 춤을 췄다. 장래희망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공부하는 미학자라고 당당하게 포부를 밝히는 아이도 있었다. 모두가 백 양, 최 군보다 한두 살 아래였다. 놀랍기도 했지만 주눅이 들 수는 없었다. 끈질기게 참가 의지를 보이고 체력 테스트에 최선을 다했다.

최종 선발대원으로 뽑힌 두 학생은 벌써 많은 것을 얻은 표정이었다. 지난달 중순에 설악산에서 있은 첫 번째 4박 5일 국내산악훈련. 기초훈련이라는 말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힘들었다. 60ℓ, 70ℓ 배낭을 메고 산과 계곡을 걸었다. 밤에는 오리털 침낭에 들어가 더위, 모기와 싸우며 야외에서 비박을 했다. 비가 오는 줄 모르고 잠에 곯아떨어졌다가 침낭 속에 스며든 빗물이 목까지 찬 일도 있었다. 히말라야에서 꼭 필요한 의지와 협동심을 길러주기 위한 훈련이었다. 백 양은 "우정, 의리, 사랑 등 훈련 내내 좋은 단어는 다 떠오르더라."며 웃었다. 연말까지 이런 산악훈련은 월 1회씩 다섯 차례 더 이어진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쾌활한 표정이었지만 다가올 고3 수험생활에 대한 부담감은 피하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최 군은 "일부러 2학기 공부 계획표를 더 빡빡하게 세웠다."며 "왜 예비 고3이 엉뚱한 일을 하느냐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히말라야에서 더 큰 사람이 돼 돌아올 거라고 힘주어 말한다."고 했다.

한편 2007 로체원정대는 내년 1월 출국, 20일간 히말라야 로체봉의 베이스캠프를 등정하고, 인도 현지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올 예정이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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