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음식업계의 가장 뜨는 아이템은 다름아닌 '소고기'다. 자고 일어나면 동네에 고깃집 하나가 더 생겨있을 정도로 고깃집이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나고 있다. 기존의 음식점들이 '고깃집'으로 메뉴를 바꾸는 사례도 흔하다. 막창집이나 삼겹살 전문점에도 '소고기 갈비살 1인분 4천 원'이라는 플래카드를 걸어놓았다. 프랜차이즈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창업 키워드로 '저가형 소고기 전문점'을 꼽았다. 올 봄부터 불기 시작한 소고기 전문점 열풍은 지역에서도 2개월 전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 왜?
'소고기 가격파괴'를 전면에 내세운 점포들을 보면 이런 의문이 들게 마련이다. "어떻게 소고기 가격이 1인분에 4천 원까지 내려갈 수 있지?" 길을 가면서도 의구심이 들어 한번쯤 들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이런 저가형 전략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재개되면서 등장한 새로운 트렌드. 아직까지는 미국산 수입이 원활하지 않은데다 가격도 기존 호주산에 비해 싸지 않지만 조만간 충분한 물량이 수입되기 시작하면 언젠가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식당들이 앞다퉈 출혈경쟁을 해가면서까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두달 전 저가형 소고기 전문점 프렌차이즈를 시작한 박옥수 씨는 "기존 호프집 자리를 1천 500만 원을 들여 리모델링해서 고깃집으로 바꿨다."며 "아직까지는 소고기 원가가 높아 수익율이 그리 좋은편은 아니지만 일단 사람들이 호기심으로 많이 찾고 있고, 맛에 대해서도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 앞으로 전망은 밝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둥근 철판 테이블에 막창집을 떠올리게 하는 이 점포는 하루 최소한 50만 원 이상 매출을 올린다. 4명 기준 테이블당 매출액은 4만~5만 원. 저녁 7시를 넘어서면 소주 한 잔을 하려는 인근 직장인들로 북적인다. 최근 들어 이런 점포만 이 골목에 4개가 생겼다. 호주산 방목 소고기를 쓰지만 아직 원가 부담이 크다.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고기값 비중만 50%에 육박한다. 하지만 미국산 수입이 늘면서 원가 부담도 크게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역시 두달 전 개업한 한 저가형 소고기 프랜차이즈점의 경우, 개업 첫달 순수익만 700만 원에 이른다. 테이블 8개 정도를 놓을 수 있는 작은 점포를 주인 부부가 운영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도 적은 셈. 원가가 줄면 그만큼 수익도 커질 수 있다.
수입산 소고기 가격이 하락하리라는데는 반론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원활해지면 호주산과 미국산의 가격 경쟁을 통해 지금보다 훨씬 싼값에 질좋은 고기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육류 수입 18년 경력의 융화식품 박남석 사장은 "현재 미국산 초이스급(한우 1+ 등급에 해당)이 1㎏당 1만4천원 선에 수입되고 있지만 앞으로 물량확보가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1㎏당 1만원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호주산의 경우에는 미국산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미국산보다 약간 더 낮은 가격선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싼게 비지떡?
현재 기존의 고기전문점을 제외하고, '저가형'을 내세워 새롭게 등장한 대구'경북지역 수입소고기 전문 프렌차이즈 업소만 50여개. 여기에다 기존의 식당들이 수입소고기 전문점으로 업종을 갈아탄 경우까지 따지면 대략 100여개 이상의 수입 소고기 전문점이 지역에 들어섰다. 여기서 그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한국종합유통 김윤택 본부장은 "아직까지 저가형 소고기 전문점은 시작단계일 뿐"이라며 "적어도 대구'경북 지역에서 200개 이상의 프렌차이즈 업소가 들어서야 포화상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과연 늘어나는 업소들의 숫자만큼 사람들의 기호가 '소고기'로 돌아설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삼겹살에 소주'를 선호하는 한국인들의 입맛이 수입산 소고기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할지도 알수 없는 일인 것이다. 일부에서는 "돼지고기 수요의 30% 정도가 가격대가 비슷한 수입산 소고기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지나친 기대감일 뿐이다.
또 초기에야 호기심에 '저가형'을 찾는 사람들의 숫자가 상당하겠지만, 모든 저가형 전문점의 말로가 그랬듯이 '싼게 비지떡'이라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어떻게 깨느냐도 수입 소고기 전문점들이 넘어야 할 숙제 중 하나.
이에 대해 박남석 사장은 "기존의 수입됐던 호주산의 경우에는 방목으로 키웠기 때문에 육질이 질기고 누린내가 나는 문제가 있지만 대다수의 프렌차이즈 업체들이 참숯을 사용해 냄새를 제거하고, 다양한 숙성법을 도입하는 등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며 "특히 미국산은 국내산과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로 육질이 비슷한데다 앞으로는 보다 싼 가격에 질 좋은 고기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현재보다 육질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면 기존 선술집 주류를 형성했던 막창집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며, 한동안 급격하게 유행을 탓던 오리요리 전문점들도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 박 사장의 예상이다.
◇ 한우 VS 수입 소고기
한우를 접해본 사람들은 수입소고기에 대한 평은 "소고기 특유의 담백함과 쫄깃한 맛이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이에 비해 주머니 사정상 막창이나 삼겹살을 주로 접했던 젊은층은 "가격에 비해 기대 이상으로 맛이 좋다."고 수입소고기를 평가한다.
건설업을 하는 장주호(43) 씨는 "호기심에 미국산 수입 갈비살을 먹었는데 기대 이하였다."고 말했다. 마블링이 잘 돼서 부드러운 첫 맛은 괜찮은 편이지만 냉동육을 쓰다보니 마지막에 쫄깃한 뒷맛보다는 터벅거리는 느낌이 남아 좋지 않았다는 것. 장 씨와 함께 온 한우 전문점 주인은 "값싼 수입 소고기가 들어오면 기존 한우 시장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걱정을 했는데 기우에 그칠 것 같다."며 "다만 한우가 아닌 국내산 육우 등을 사용하던 기존 고깃집들은 가격을 낮추거나 색다른 서비스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인분 4천 원짜리 호주산 고기를 맛본 사람들은 반응이 달랐다. 직장인 엄태훈(36) 씨는 "맛으로만 따진다면 1인분 2만 원이 넘는 한우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가격을 생각한다면 기대 이상"이라며 "우려만큼 질기다거나 냄새가 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지인(31) 씨는 "저가형 고기집이라고 해서 맛이 똑같지는 않다."며 "어떤 식으로 굽느냐, 양념 갈비살의 경우 어떤 양념을 쓰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고, 아무리 저가형이라도 반찬이 많이 나오는 집이 술 한 잔 하기에는 더 적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수입산 소고기 시장에 맞서 기존 고급 한우점의 경우, 고품질을 내세우며 차별화를 선언하고 있다. 고급 한우 전문점인 참품한우 관계자는 "타깃으로 삼는 고객층이 다르기 때문에 별 타격은 없다."며 "기념일 가족 외식이나 비즈니스를 위한 고급 식당을 추구하면서 종전 대구에서 맛보기 힘든 우수한 한우를 공급하기 때문에 고객층은 꾸준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강원도 영월군과 NH푸드가 시작한 '섶다리마을 다하누촌' 등 직거래를 통한 저가형 한우도 눈에 띈다. 물론 암소나 거세우는 아니지만 한우 등심을 300g에 8천 원에 공급하면서 수도권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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