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 와중에 大選 주자 비판할 정신 있나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불쑥 기자간담회를 갖고 평소 비난해온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정동영 두 경선 후보를 공격했다. 전날 물러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사건에 충격을 받았을 것 같은 대통령이 아니었다. 물론 대통령은 '난감' '당황' 따위 표현으로 변 전 실장을 옹호했던 자신의 곤혹스런 심경을 밝히기는 했다. 그렇지만 이내 표정을 바꿔 대선 주자들을 비난하는 모습에서 그럴 정신이 지금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대통령은 변 전 실장 사건에 대해 넋두리만 늘어놓았지 사과는 다음으로 미뤄 놓았다.

노 대통령은 대선 주자 비판으로 또 한번 선거에 개입한 셈이다. 대통령은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는 그간 여러 차례 공개 비난을 하다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경고를 받았다. 그래서 찾아낸 게 고소라는 공격 발판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대선 시기에 정부 여러 기관으로부터 집중해서 뒷조사를 당한 야당 후보가 정권의 개입 의혹을 제기하지 않으면 어떻게 자기방어를 할 수 있는가. 야당 정치를 오래 해본 노 대통령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통합신당 손 후보 비난만 해도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이 선거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은데 졸렬한 전략"이라고 한 것 역시 어리둥절한 얘기다. 두 사람의 충돌은 대통령이 지난 3월 '보따리 장수같이 정치' 하며 손 후보를 맹비난한 것이 발단이다. 그 후에도 대통령은 손 후보를 수시로 건드렸다. 그래 놓고 손 후보가 자신을 걸고넘어진다고 덮어씌우고 있다. 정 후보 또한 기회주의적 정치인으로 돌팔매를 맞았다. 親盧(친노) 주자를 뺀 나머지는 모두 그의 평론 대상이고 공격 타깃인 것이다. 무슨 의도인지 빤히 들여다보인다.

대통령은 지금 남 일에 정신 팔 처지가 아니다. 손가락질받는 집안부터 추슬러도 시간이 없을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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