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집트 무술고수 5명, 대구로 1주일간 합기도 유학

합기도도 대구도 "very hot"

▲ 이집트에서 한국 합기도를 배우러 온 이집트인. 쉬리브 압둘매나앰, 도하 캐밀, 하짐 아티아, 마하무드 무다, 아이만 크래바 씨(앞줄 왼쪽부터)가 대구의 무술인들과 포즈를 취했다.
▲ 이집트에서 한국 합기도를 배우러 온 이집트인. 쉬리브 압둘매나앰, 도하 캐밀, 하짐 아티아, 마하무드 무다, 아이만 크래바 씨(앞줄 왼쪽부터)가 대구의 무술인들과 포즈를 취했다.
▲ 이집트 무술인들이 대구의 한 합기도체육관에서 합기도 연습을 하고 있다.
▲ 이집트 무술인들이 대구의 한 합기도체육관에서 합기도 연습을 하고 있다.

"한국 합기도는 대구의 매운 맛처럼 화끈해요."

지난 7일 대구시 서구 내당동 '합기도 국제체육관'. 낯선 이방인 5명이 도복을 입고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발차기, 낙법, 호신술 연습에 한창이었다. 이들은 이집트에서 대구로 일주일간의 '무술 유학'을 왔다. 이창백(42) 관장의 지시에 따라 동작을 열심히 따라하다보니 도복은 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었다.

하짐 아티아(33) 씨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가라데 도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짐 씨는 "합기도가 강한 무술이라는 얘기를 듣고 대구로 배우러 왔다."면서 "합기도를 배워 이집트에서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짐 씨는 지금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그 나라의 고유한 전통무술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의 무술 여행은 10년전부터 시작됐다. 지금까지 방문한 나라는 일본을 비롯해 태국, 말레이시아, 헝가리, 폴란드 등 20여 개국에 이른다. 말레이시아에서 전통무술을 배울 때 한국 합기도의 우수성에 대해 들었다.

그는 "합기도는 매우 강하고 방어하기 좋은 무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집트에 돌아가면 가라데 관장들을 모아서 합기도 세미나를 열 계획"이라면서 "대구 합기도 무술인을 이집트로 초대해서 수련생들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대구에 머무르는 동안 매일 비가 내려서 관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오히려 도장에서 더 열심히 합기도를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해물탕의 매운 맛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국 물가가 너무 비쌉니다. 2주 일정으로 왔지만 비용이 부족해 1주일만에 돌아갑니다."

역시 이집트에서 가라데 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아이만 크래바(34) 씨는 첫날 낙법을 연습하다가 오른팔을 다쳤다. 그는 "동료들이 합기도를 배우는 모습을 구경만 했더니 몸이 근질근질했다."고 웃었다. 대신 휴대전화 카메라로 동료들의 연습 장면을 촬영하면서 합기도 기술을 익혔다. 그도 중국, 말레이시아 등 5개국을 여행하면서 무술을 배우고 있다. 그는 "팔이 나으면 가라데와 합기도를 접목시키는 방법을 연구하겠다."면서 "다시 대구를 방문해 합기도를 확실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도하 캐밀(22) 씨는 전기기술자다. 호신용으로 무술을 시작했다가 다양한 나라의 무술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가라데 도장 관장의 권유로 대구행 비행기를 주저없이 탔다. 그는 "한국음식이 너무 매워서 밥만 먹었다."면서 "대구 사람들은 인정이 많고 친절했다."고 말했다.

쉬리브 압둘매나앰(24) 씨도 무술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이다. 호신용으로 2년 동안 가라데를 배웠다. 쉬리브 씨는 "가라데보다 합기도가 호신용으로 더 적합한 무술"이라고 말했다.

마하무드 무다(25) 씨는 이집트 복싱챔피언 출신이다. 현재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지만 무술에 대한 관심이 많다. 관장으로부터 합기도에 대한 얘기를 듣고 휴가를 이용해 대구를 찾았다. 운동신경이 뛰어나기 때문에 합기도 기술을 익히는 것도 빠르다. 그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합기도의 매력에 푹 빠졌다."면서 "이집트로 돌아가 합기도를 더 연마해 보디가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글·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정우용기자 vin@msnet.co.kr

♠ 기술지도 이창백 관장

이집트인들에게 합기도 기술을 가르쳐주고 있던 이창백(42) 관장은 "이집트인들은 한국사람들에 비해 몸이 둔한 편"이라면서 "하지만 합기도를 배우겠다는 열의는 대단하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이집트에서 인기있는 가라데는 실전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집트인들이 합기도의 힘을 느껴보고 놀라워하는 것을 보면서 기뻤다."고 말했다.

이 관장이 꼽는 합기도의 장점은 많다. 합기도는 언제나 반격의 형식으로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해 제압하는 것이기 때문에 덩치가 작아도 기죽을 필요가 없다. 상대방의 힘을 이용하거나 인체의 근육, 관절 등을 역으로 이용해서 기술을 걸기 때문에 작은 힘으로 큰 힘을 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몇가지 기본기만 완전히 익히면 나머지는 기본기를 바탕으로 갖가지 상황에 따라 이를 적절히 응용한 동작이므로 그리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

현재 대구지역에서 합기도 도장은 120여 곳에 이른다. 합기도의 매력에 빠져드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이 관장은 "합기도는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무술"이라면서 "요즘엔 주부들이 많이 배우고 있다."고 했다.

이 관장의 부인 박인숙(38) 씨도 도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합기도 5단인 박 씨는 "험한 세상에서 주부 등 여성들이 스스로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호신술로 적당하다."고 말했다.

부부는 "대구 합기도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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