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방예산이 정부의 쌈짓돈인가

'남북 정상회담에 따른 남북 경협 재원으로 국방예산의 전용도 검토할 수 있다'는 기획예산처의 내부문서를 인용한 언론 보도는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정부의 안보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기획예산처가 단순 참고자료에 불과하며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해명했지만 나라 꼴을 어떻게 만들려고 이런 발상을 하는지 어이가 없다.

국방부는 21일 "국방비를 남북경협 재원으로 전용할 수 있다는 발상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런 발상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재향군인회도 대북포용정책의 부작용이라며 개탄하고 있다.

예산처의 해명에 따르면 전문연구기관이나 학자들이 남북관계가 진전될 경우 중장기적 경협 소요재원 조달 방안을 제시했는데 문제의 국방예산 전환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국책은행 등 공공기관 자금 사용, 차관이나 정부개발원조 자금 전용이 방안으로 제시됐고 특별세 신설, 평화복권'경협채권 발행 등도 다양한 방안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 내부문서는 지난해 정부가 한국산업은행에 의뢰해 작성한 '중장기 남북 경협 추진을 위한 재원조달 방안' 보고서라는 추측도 있다.

정부는 내년 국방예산으로 올해보다 2조 2천억 원이 늘어난 26조 7천억 원을 책정했다. 9%의 높은 국방예산 증가율에 대해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와 별도로 중국'일본 등의 군 현대화 추진과 안보 여건의 불확실성 증대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방예산 증액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예산을 다른 용도로 쓰겠다니 말이 되는 소린가. 혹시라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발상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엄중히 차단해야 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