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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진취적 대구정신 되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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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 어렵다고 한다. 섬유산업이 경쟁국에 밀리고, 한때 전국 수위를 점했던 향토 주택건설업체가 IMF 등의 이유로 도산되어 불황이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와 함께 회자하는 이야기가 이른바 '대구정서'이다.

누대로 내려온 가난을 떨치고 세계 10위권의 교역국으로 국력을 신장시킨 민족중흥의 주도세력을 배출한 자랑스러운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TK 소외론'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이르러서는 변화를 거부하는 '수구 골통'의 본거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울러 이런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시민정신은 21세기 대구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많은 시민들은 실체가 없는 이 말에 동조하고 있어 침체가 계속될까 우려스럽다.

'대구정신'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대구시민에 대한 이런 지적은 크게 잘못된 것이며 오히려 지극히 개방적이고 진취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고려·조선조에는 중국·일본에서 귀화해 온 異民族(이민족)과도 잘 어우러져 살았을 뿐만 아니라, 16세기 영남학이 안동의 퇴계와 산청의 남명으로 대립했을 때에도 대구는 양 학파가 공존했다.

17세기 치열한 당쟁으로 전 국토가 노론과 남인으로 분열되었을 때에도 영남학을 바탕으로 한 남인들의 본거지인 대구에 서인들이 매우 활발하게 활동했으며, 20세기 초 일본의 경제적 침략으로 어려웠던 시기에는 서상돈 등 지역의 인사들이 전국 최초로 국채보상운동을 일으켜 남녀와 班常(반상)의 차별이 극심했음에도 전 국민이 국권회복에 동참하도록 유도했다.

어느 지역 청년들도 엄두를 못 냈던 자유당 시절, 지역의 청년학생들이 2·28 의거를 감행함으로 이승만 정권을 몰락시킨 4·19 의거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또한 진보주의자인 모 대통령 후보에게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으며, 전라도 출신인 조재천을 연속 2회, 충청도 출신의 조병옥을 국회에 보내는 등 지역감정보다는 인물 위주로 선량을 뽑았었다.

이와 같은 일은 다른 시·도민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 점을 볼 때 대구시민은 변화를 거부하는 守舊(수구) 세력이 아니라 진취적이고 개방적이었으며 호·불호가 분명한 기질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수구 골통 세력이라는 비난은 일부 세력이 대구시민을 비하하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다. 이런 비판에서 하루속히 벗어나 본래 정신을 되찾았으면 한다.

이정웅(달구벌얼찾는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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