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선 긴급 여론조사] 李 지지도, 昌 안나오면 65% 나오면 47%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출마 움직임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이 대선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매일신문이 대구MBC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에이스리서치에 의뢰, 1일 밤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서는 대구·경북 유권자들이 이 전 총재의 대선출마에 대체로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역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의 최대변수로 이 후보의 BBK 연루 의혹을 꼽고 있으며, 연루 의혹이 사실일 경우 후보를 사퇴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 다수를 보이고 있으나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회창 변수

이 전 총재가 출마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후보자별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이 후보는 65.3%의 압도적 지지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 7.9%,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3.4%,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2.0%, 민주당 이인제 후보 0.7%,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 0.3%였으며 부동은 20.5%였다.

하지만 이 전 총재가 출마할 경우 이 후보의 지지도는 47.1%로 6자 대결 때보다 18.2%p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총재는 24.2%로 2위를 차지, 이명박 후보에게는 크게 뒤처지지만 다른 후보들보다는 높은 지지도를 기록했다. 나머지 후보들은 지지도가 더욱 떨어져 정동영 후보 6.7%, 문국현 후보 2.6%, 권영길 후보 1.8%, 이인제 후보 0.5%, 심대평 후보 0.2%였다.

이는 이 후보의 지지층과 이 전 총재의 지지층이 많이 겹침을 뜻하는 것으로,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가 이 후보의 대선가도에 최대 걸림돌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하지만 대구·경북 유권자들은 현 상황에서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 자체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 전 총재의 출마에 대해 반대가 57.8%로 찬성 35.4%보다 22.3%p 높게 나타나 10명 중 6명은 출마에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대구·경북 유권자들이 현 상황에서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에 반대하되, 출마를 했을 때는 어느 정도 지지를 보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총재가 출마했을 때 박 전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능하지 않다'가 47.8%, '가능하다'가 36.0%로 의견이 양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박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61.7%가 '당 차원에서 이 후보를 적극 도와야 한다'는 의견을 보인 반면 '지금과 같은 정치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응답은 35.2%였다.

◆이명박·박근혜 지지층의 이동

이 전 총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상태에서 20%가 넘는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은 6자 대결구도로 대선이 치러질 경우 이명박, 박근혜 지지층과 무당층의 상당수가 이 전 총재 쪽으로 옮겨가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의 경우 지지층의 20.6%가 이탈해 이 전 총재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박 전 대표의 지지층에서도 역시 36.3%가 이 전 총재 지지로 옮겨간 반면 이 후보 지지는 33.9%로 약간 낮았다.

또 6자 대결시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의 4.8%만이 이 후보를 지지한 반면, 이 전 총재에 대한 부동층의 지지율은 36.8%로 매우 높게 나타나 이 전 총재가 대선 출마를 할 경우 부동층을 대거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에 대한 찬·반 이유를 물은 결과 반대는 '국민과의 약속인 정계은퇴를 번복해서는 안된다'가 23.7%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한나라당 표가 분산된다'(22.0%), '그냥 안된다'(13.1%), '과거에 이미 낙선 경험이 있기 때문에'(11.4)%, '나이가 많고 식상하다'(7.3%) 등이었다.

찬성 이유는 '그냥 좋다'가 17.6%로 가장 많았고 '경험과 경륜이 풍부하다'(13.9%), '과거에 지지했고 한번 더 기회를 줘야 한다'(13.9%), '청렴결백하다'(13.3%) 등이었으며 '이명박 후보가 출마를 못할 경우에 대비해서'는 6.7%에 그쳤다.

◆BBK 변수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 씨가 귀국 후 검찰조사에서 이 후보가 주가조작에 개입되었다고 판명될 경우에도 이 후보의 지지층은 계속 지지하겠다는 의사가 다수였다. 그러나 전체 응답자를 대상으로 사퇴 여부를 물은 결과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의외로 많았다.

대구·경북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로 '이 후보의 BBK 의혹'(35.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 전 총재의 대선출마는 30.6%로 그 다음이었다. 남북문제(4.6%), 영·호남 지역대결구도(3.9%), 범여권 후보단일화(3.8%) 등은 모두 5% 미만이었다.

이 후보의 지지층을 대상으로 이 후보가 BBK 연루 의혹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계속 지지 여부를 물어본 결과 '계속 지지'가 74.7%나 됐다. 하지만 '지지 철회'도 18.8%로 나타나 BBK의혹이 이후보에 대한 충성도에 소폭이나마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이 후보의 사퇴 여부를 조사대상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55.3%가 '사퇴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도 38.0%나 돼 BBK 관련 의혹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일단 이 후보의 지지층에서는 BBK 연루 의혹이 지지도 변화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치 않지만 전체 유권자에서는 향후 지지도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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