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류스타 장나라가 2005년 아시아·태평양 뮤직어워드 3관왕의 영예를 안았던 장소가 닝보(寧波)이다. 드라마 대장금 열풍이 대륙을 강타하던 2005년 닝보패션박람회 패션위크의 주빈은 대구패션이었다. 닝보의 다른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내 대도시에 비해 아직은 생소하지만 이렇듯 한류와 인연이 많다. 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됐고 상하이 뺨치는 소비수준을 자랑하는 부자도시 닝보가 잠시 정체기를 보이고 있는 한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신한류(新韓流)의 진원지로 떠오르고 있다.
◆뿌리 깊은 '원조' 한류
과거 명주(明州)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닝보는 신라와 고려시대 때부터 한반도와 활발한 해상무역을 펼쳤던 곳이다. 이미 1천 년 전부터 꾸준히 한류의 맥을 이어오고 있어 한류의 원조라 불릴 만한 곳. 신라시대 때 해상왕 장보고가 한반도와 흑산도를 거쳐 산둥성과 닝보에 이르는 새로운 항로를 개척했고, 고려 문종의 아들인 대각국사 의천(義天)과 천태종의 교조가 된 의통(義通)대사가 이 지역 유명 사찰인 보운사에서 수도를 하기도 했다. 조선 성종 때는 풍랑을 만나 닝보에 도착한 최부(崔溥)라는 학자가 '표해록(漂海錄)'을 집필해 당시 닝보의 벼농사 방법 등을 조선에 전하기도 했다.
지난해 닝보시는 이처럼 닝보와 한반도의 1천여 년간 이어져 온 교류를 기념하기 위해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고려사관 유적' 기념관을 대폭 확장하기도 했다.
닝보시 외사판공실 양시아펑(楊曉鳳) 한국교류담당은 "전시된 자료를 보면 고대 중국과 한국이 얼마나 많은 정치, 경제, 문화, 교류를 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며 "지난해 개설된 닝보와 인천 간 항공노선도 최근 주 2회에서 3회로 증편된 만큼 더욱더 많은 한국 손님들이 닝보를 찾아 역사 유적을 관람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新)한류 진원지로
한류가 한창 중국대륙을 휩쓸던 2000년 초반만 해도 닝보시는 한류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그랬던 닝보에 지난 2004년부터 한류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3년 만에 음식점이 7개로 늘었고 도심뿐 아니라 뒷골목에서도 한글간판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다. 비록 맞춤법이 틀리기는 하지만 한류가 소리없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드라마나 노래 등 오락적인 부분에 국한된 기존 한류와 달리 패션, 음식 등 생활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닝보 한류'의 특징. '사업차 매주 닝보를 찾는다.'는 조선족 박홍월(28·여) 씨는 "2000년대 초반까지 그 흔한 한국 음식점조차 없었다. 그러나 최근 닝보와 한국, 특히 대구시 등과의 교류가 확대되고 많은 한국기업들이 진출하면서 한국식 패션·음식 등 새로운 한류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곳에서는 엄마, 아빠라는 말이 한국어와 동일하고 떡볶이, 찰떡 등 한국의 전통음식이 예로부터 인기 있었다."며 "전통적으로 언어나 음식문화 등이 한국과 유사한 만큼 닝보한류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명절 때면 닝보 도시민들의 가족 단위 외식장소로 가장 붐비는 곳이 한국음식점. 김인열 한인회 부회장은 "한국음식점 앞에서 접수표를 받고 입장순서를 기다리는 풍경이 이젠 낯설지 않다."고 말했다.
◆신한류의 중심 '대구패션'
닝보에 불고 있는 한류의 주역으로 대구패션이 떠오르고 있다. 최근 닝보지역에 MBC 드라마 '궁'을 비롯한 한국 드라마들이 뒤늦게 전파를 타면서 의상협찬을 담당했던 지역 의류업체들에 대한 관심은 꾸준하다.
닝보 외곽의 명·청대 전통민속촌 췐통(前童)에서 안내를 맡고 있는 공시아얀(孔曉燕·25·여)씨는 "요즈음엔 젊은층 한류드라마 마니아들이 공중파를 굳이 이용하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하는 드라마는 인터넷을 통해 중국에 방영되기 전부터 실시간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지난달 22일부터 나흘간 열린 닝보 국제복장박람회에서 대구·경북 공동 한국관은 개관 첫날부터 영도벨벳, 지현, 곱다시 등 10여개의 지역 섬유 업체들의 전시작품을 보기위한 중국인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곳을 찾은 바이어 우즈화(吳志華·26·여) 씨는 "대구산(産) 제품은 질감과 디자인 면에서 세계 최고수준"이라며 "가격이 다소 비싼 것이 흠이지만 닝보의 멋쟁이들은 대구산 제품을 즐겨 입는다."고 했다.
이 같은 인기를 반영하듯 올 초에는 대구패션업체들이 공동으로 '한국명품관'을 열기도 했다. 이곳에는 예예, 여피, (주)지현섬유 등 지역 패션업체들의 제품들이 상시 전시·판매되고 있다. 곱다시의 최은주 실장은 "닝보에서는 원래부터 남성복 수요가 강했으나 최근 한국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여성 의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닝보 지역에 한류를 활용한 여성의류 및 스포츠웨어 브랜드 홍보 등으로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고 밝혔다.
닝보에서 활동하는 한국인은 줄잡아 700여 명. 이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곳은 장뚱(江東)의 까르푸 근처다. 이곳이 닝보의 한인타운인 셈. 이곳도 닝보의 성장과 더불어 상하이나 북경의 한인타운처럼 '닝보의 한국'으로 한류의 또 다른 전도사 역할을 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중국 저장성 닝보에서 김대호기자 dhkim@msnet.co.kr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 '메이드 인 닝보'…닝보에서 유래했어요
닝보(寧波)는 상하이(上海)가 급부상했던 19세기 전엔 중국의 최대 국제무역항이었다. 7천 년 된 고도(古都)이기도 하다. 따라서 닝보에서 유래된 것들도 많을 터. 그들이 주장하는 '메이드인 닝보' 몇 가지를 소개한다.
■심청전
중국 저장성 닝보에도 심청(沈淸) 이야기가 있다. 닝보 앞 주산반도에는 심청전에 나오는 인당수도 있다. 중국의 심청 고사는 이야기 전개가 우리의 심청전과 거의 흡사하다. 조우산시에는 선쟈면(沈家門)이라는 작은 항구마을도 있고 중국 심청 이야기에 나오는 심국공(沈國公)의 후손들이 사는 마을도 있다. 이곳 사람들은 한국의 심청전의 원형설화가 닝보의 심청 이야기라고 말한다.
■닝보탕위알
전통적으로 정월이 되면 중국 북방사람들은 만두를 먹지만 남쪽 지역에서는 음력 설과 정월대보름이면 닝보탕위알(寧波湯圓)을 먹는다. 동그란 찹쌀 반죽 속에 여러 가지 소를 넣어 만든 새알 모양의 음식으로 모양과 끓일 때 떠오르는 것이 대보름달과 일치한다 하여 길한 음식으로 여겨진다. 송나라 때부터 닝보에서 유래된 이 음식의 원래 이름은 위엔샤오(元宵). 청말 군벌인 위안스카이(袁世凱)가 자신의 성 '元'과 사라진다는 '消'의 발음이 '위엔샤오'와 같다 하여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었다. 현재는 중국 전역으로 퍼졌으며 인스턴트 음식으로도 나온다.
■마작
닝보에는 중국의 가장 오래된 개인 도서관인 천일각(天一閣)이 있다. 천일각의 외진 한쪽에 '마작박물관'도 있다. 정확한 연대는 드러나지 않지만 마작이 중국 닝보에서 유래됐다고 소개하고 있으며 중국을 비롯 ,한국·일본·영국을 비롯한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재료와 독특한 문양이 새겨진 마작패들이 전시돼 있다. 마당엔 마작의 패로 타일을 해 놓았다. 또 사각테이블에 중국과 일본 그리고 서양인이 함께 마작을 하고 있는 동상이 있는데 빈 의자엔 관람객들이 앉아 기념촬영을 할 수 있도록 해놨다. 기념촬영 마작판의 승자는 중국인이다.
김대호·최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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