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대의 퇴물단지' 돼가는 골초들의 애환

한 모금에 시름 덜고, 한 모금에 시름 얻고…

▲ 애연가들은 괴롭다. 담배 피우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 애연가들은 괴롭다. 담배 피우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 담배를 피우다 산불을 낸 사람에게 징역 60년형에 처했다는 중국 황산의 계비.
▲ 담배를 피우다 산불을 낸 사람에게 징역 60년형에 처했다는 중국 황산의 계비.

담배 한 개비면 꼬이고 꼬여 답답하게 헝클어져버린 속이, 하~얗게 풀려 흩어지는 담배연기처럼 풀어져버립니다. 담배 빼 무는 이라면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겠지요.

흡연자도 알 만큼 압니다. 최소한 자신이 태워 공기 중에 흩뿌리는 그 근심 걱정이 남의 건강을 상하게 할 거라는 것 정도는 알지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흡연자에겐 담배야말로 최고의 속풀이 수단인걸요? 그걸 빼앗으면 안 되죠. 당장 그거 없으면 눈이 좌우로 우왕좌왕, 손이 상하로 오르락내리락하는걸요.

요즘 너무도 담배 죽이기에 열중하는 것 같아요. 담배 하는 모든 이들은 건물 밖으로 내몰렸고, 그것도 모자라서 야만인, 짐승 취급하는 멸시의 눈빛을 피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흡연자도 흡연자대로 세금 있는대로 다 뜯겨가며 즐기는겁니다. 서로가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 참된 사회 아닌가요?

-한국담배소비자보호협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어느 애연가의 하소연.

금연 운동이 갈수록 힘을 더하면서 어깨가 위축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1천300만 명으로 추산되는 흡연자들. 가족과 회사 동료 등 주위로부터 따가운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담배의 유혹을 떨쳐 버리지 못하는 그들에게도 나름대로의 애환과 할 말이 있다. 골초들의 애환과 하소연, 이들이 어려워하는 금연방법 등을 알아봤다.

#14시간의 금연=고통!

지난해 미국을 방문한 임호규(51) 씨는 담배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인천공항에서 애틀랜타 공항까지 비행 시간은 14시간. 하루에 두갑 이상의 담배를 피우는 그로서는 참기 어려운 시간이었다. 6개월 정도 금연했다 다시 담배를 시작했기에 담배의 유혹은 치명적이었다. 비행기를 탄 지 1시간도 안돼 담배 생각이 간절해졌다. 다른 승객들이 편안하게 잠을 자거나 책을 보는 사이에도 임 씨의 머리 속엔 담배뿐이었다.

드디어 14시간의 지루한 비행 끝에 도착한 애틀랜타공항.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임 씨는 급한 화장실 갈 일을 제쳐두고 공항 흡연실로 향했다. 연거푸 담배 3개비를 피우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임 씨는 "14시간의 비행은 고통 그 자체였다."고 했다.

#기내 흡연에 벌금 60만 원!

임 씨처럼 장거리를 여행하는 흡연자들이 겪는 고통 중 하나가 기내 흡연 금지다. 참지 못한 어떤 승객들은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승무원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화장실 안에 있는 센서까지 망가뜨리면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얼마 전 싱가포르의 한 항공기에 탑승한 20대 태국 여성은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다가 적발됐다. 그녀가 문 벌금액은 1천 싱가포르 달러(약 657 미국 달러). 올해 24세인 이 여성은 방콕에서 싱가포르로 가는 비행기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다 승무원들에게 들켜 공항에 착륙한 직후 체포돼 입건됐고, 결국 담배 한 개비에 60만 원이나 되는 값비싼 비용을 치러야 했다.

#중국 황산의 계비(戒碑)!

지난달 3박4일 일정으로 중국 황산으로 여행을 간 김병수(39) 씨 일행. 일행 중 흡연자들은 황산의 절경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호텔이나 산행 중간중간에 흡연구역이 조금 있을 뿐 황산 전체가 금연구역이어서 4, 5시간씩 담배를 피우지 못한 채 산행을 해야 했기 때문. 6시간 정도 걸리는 상하이에서 황산까지 가는 버스 안에서도 담배를 피우지 못해 안절부절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흡연자들의 눈길을 끈 것은 담배를 피우다 산불을 낸 사람에게 60년형의 징역형을 선고했다는 계비(戒碑)였다. 60년형이라는데 일행은 적잖게 놀랐고, 몰래 담배를 피우겠다는 생각조차 못하게 됐다. 김 씨는 "붉은 글씨로 된 계비가 애연가들에겐 섬뜩한 인상을 줬다."고 털어놨다.

#회사와 가정에서도 처량!

김일호(43) 씨는 담배 피우는 것을 싫어하는 부인과 자녀들의 따가운 눈초리 때문에 집에서는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고 있다. 냄새를 태워버리는 양초를 화장실에 켜놓고 담배를 피우며 혹여 냄새가 남을까봐 변기통에다 얼굴을 대고 연기를 내뿜는다. 그는 "가족들 모르게 집에서 담배를 피울 때마다 금연을 왜 못할까 자책감이 든다."고 했다. 고민호(37) 씨는 찬바람이 부는 요즘에도 선풍기를 바깥으로 틀어놓고 집에서 담배를 피운다. 그는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담배를 피워야 하느냐는 회의가 들지만 저절로 담배에 손이 간다."고 했다.

흡연자들이 찬밥 신세이기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 대부분 건물이 금연건물로 지정되면서 흡연구역이 없어진 직장인들은 옥상이나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 흡연 유형별 금연법은 이렇게

▶자극형=흡연은 자신에게 좀더 많은 에너지를 준다는 유형. 피곤함을 느낄 때 깨어나기 위해, 계속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담배를 이용한다. 충분한 숙면이나 휴식을 취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금연에 큰 도움이 된다. 나른할 때는 흡연 대신 산책을 한다.

▶손장난형=손 안에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단순한 느낌 때문에 흡연하는 사람들로 다른 유형보다 금연이 쉽다. 담배를 원할 때는 연필이나 볼펜을 손에 잡아 낙서를 하든지 금연하는 이유를 써본다. 동전으로 장난을 하거나 손가락을 비틀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즐거움형=흡연자 3명 중 2명은 단지 흡연을 즐기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담배 없이 즐거움을 찾는 데 중점을 둔다면 금연은 쉬워질 수 있다. 지금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담배를 피우지 않을 때 자신이 얼마나 신선하게 보이는지를 생각한다.

▶스트레스 해소=흡연이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어준다는 유형. 담배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화가 나고 흥분됐을 때 안정을 찾는다. 깊은 심호흡 운동, 근육이완, 명상 등은 큰 도움이 된다.

▶중독형=담배에 대해 갈증을 느낀다는 유형. 이때는 냉정하게 단번에 금연하는 것이 중요하다. 흡연양을 점차 줄여나간다는 것은 실행에 옮기기 힘들고 더 깊이 들이마시게 된다. 육체적 금단증상은 2주 정도만 지속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인내심을 갖는다.

▶습관형=흡연이 습관으로 굳어진 유형. 이런 유형의 흡연자는 더 이상 담배에서 만족감을 찾지 못한다. 흡연 형태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평소와 다른 장소에서 흡연하거나 담배를 평상시 흡연하는 손의 반대 손으로 피워본다. 매번 피우는 담배에 대해 '내가 진실로 담배를 원하는가'라고 자문해본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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