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도 화양초교서 영어봉사…맥도날드 메이슨 폴락

▲ 미국인 맥 선생이 신나는 율동과 표정을 섞어가며 아이들에게 회화강의를 하고 있다.
▲ 미국인 맥 선생이 신나는 율동과 표정을 섞어가며 아이들에게 회화강의를 하고 있다.

청도 화양읍 화양초등학교(교장 김중렬) 특수학급교실. 이 교실은 일주일에 두 번씩 신나는 영어놀이터가 된다. 파란 눈의 외국인 선생님을 만나기 때문이다. 1, 2학년 20명은 문이 열릴 때마다 목을 길게 뺀다. "어, 오셨다."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스스럼없이 손을 맞잡고 흔든다. 교실은 순식간에 손자, 손녀가 할아버지를 만난 듯 들뜬다. 나이 지긋한 선생님은 아이들보다 더 개구쟁이같다.

두툼한 뿔테 안경에 길게 자란 흰 턱수염하며 아랫배가 불룩 나온 거구의 선생님, 몸무게 100㎏에 육박하는 마음씨 좋은 산타클로스 같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메리 크리스마스!"하며 뜬금없는 인사를 던진다. 그는 바로 청도에 들어와 살며 회화강의 봉사를 하는 미국인 맥 도날드 메이슨 폴락(60·청도 이서면) 씨다. 아이들이 부르는 별명은 '빅 맥(Big-Mac) 또는 맥'이다.

"일 년 내내 크리스마스 시즌처럼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이렇게 인사해요."

그는 외국인 특유의 붙임성 만점에다 만나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장기도 대단하다. 웃음이 그치지 않는 50분 수업 절반이 지나지 않아 그가 아이들을 위해 꼬박꼬박 준비하는 캔디와 초콜릿이 동이 나려 한다.

장수영(8·화양읍 유등리) 양 등 학생들은 "맥을 처음 봤을 땐 큰 체격과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이라 두려웠어요. 하지만 이젠 너무너무 친해요."라고 자랑했다.

미국으로 돌아가고픈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다는 그는 직업군인이었다. 주한미군으로 지난 1986~1990년 전역할 때까지 대구 캠프워크에서 근무했다. 그의 부친도 군인이어서 올해 우리 나이로 환갑을 맞은 그의 생애 중 45년 이상을 외국생활을 했다. "아프리카, 이탈리아,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자라고, 또 군대생활을 했지요. 하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한국입니다."

그가 한국생활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지금은 부인이 된 김순례씨를 친구로 만나면서부터. 그러다가 2000년 대구와 가까운 청도에 집을 얻고, 결혼식은 2002년 올렸다.

"내 고향은 이제 청도입니다. 한국 부인과 딸 둘을 얻어 이들로 인해 행복하고, 그런 만큼 노년을 청도에서 아이들에게 봉사하며 보낼 생각입니다."

그는 한국음식 중 된장 종류를 제외하고는 모두 잘 먹을 정도이며, 무엇보다 청도의 전원생활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한동안 대구에서 회화강의를 했다는 그는 우리의 교육현실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을 말한다. "한국은 대도시 학교의 교육에만 집중하고 지원하는 것 같아요. 영어 하나만 보더라도 외국인을 만나기 힘든 시골학교에는 관심이 적은 것 아닌가요?"

학교 측은 지난해 10월 무료 봉사로 시작한 맥 선생에게 어떻게든 사례를 하고 싶어 한다. 교육청 예산도 일부 지원받고 해서 월 50만 원을 성의(?)로 전달한다고. 지난 연말에는 그가 원하는 돌로 만든 부처상을 선물했다고 한다. 1학년 담임 임명자(50) 교사는 "아이들이 많이 배우기보다 맥을 보면 힘껏 달려가고, 스스럼없이 지내는 모습이 흐뭇해요."라고 추켜 세웠다.

"힘이 든다는 생각은 없어요.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이 즐거워 어떻게 하면 수업을 즐겁게 할까 궁리만 해도 행복해요. 한국, 그리고 청도는 이제 내 고향 아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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