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운전하다 자칫 깜빡 졸던 중 엑셀을 계속 밟았다면? 영락없이 앞차 꽁무니를 추돌한다. 더욱 심각하게는 길 건너던 사람까지 치어버릴 수 있는 위험도 안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생각해 왔다. 운전자가 졸았더라도 자동차가 스스로 앞차, 또는 보행자와의 거리를 인식해 멈춰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여태까지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자동차란 녀석은 그리 똑똑하지 못했다. 국내 자동차 업체가 만든 차 가운데 이런 기술이 적용된 사례는 없었다.
그런데 대구·경북의 대표적 차 부품업체인 (주)에스엘은 '능동형 엑셀 페달'을 개발, 상상 속의 기술을 현실화 했다. 앞차 또는 보행자와의 거리를 센서로 감지, 추돌 위험이 생기면 운전자가 엑셀 페달을 밟고 있더라도 자동으로 가속이 중단되는 것.
이 기술은 2009년부터 현대자동차에서 시판되는 자동차에 적용되며, 보행자 사망사고를 20% 이상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브레이크 부품을 만드는 업체의 고민은 대형차의 브레이크를 밟으면 진동과 소음이 너무 심하다는 것. 그래서 제동장치를 납품하면 가장 많이 돌아오는 불만이 "너무 시끄러워요."라는 목소리였다.
그런데 대구의 제동장치 전문 부품업체인 (주)상신브레이크는 브레이크 부품 일부를 기존 대칭구조에서 비대칭으로 전환,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용화한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고민을 해결한 것이다.
위의 사례는 '뭉치면 산다'는 진리를 확인시켜준 것.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뭉쳐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산업자원부가 지원하는 지역혁신사업(RIS·Regional Innvation System) 가운데 하나인 '지능형 자동차 부품산업 육성사업'이 지역 차부품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한 영남이공대와 DGIST, 그리고 대구·경북의 차 부품업체들이 불과 1년도 안된 기간동안 '능동형 엑셀 페달' 등 수 많은 '열매'를 맺어내고 있는 것.
◆공장 라인도 바꿔줍니다
신기술을 적용한 부품개발 뿐만 아니라 이 사업을 통한 지역 차 부품업체들의 공정 개선사업도 활발하다.
대구 성서공단의 (주)NRT. 독일에 수출을 위한 오더를 받았다. 올해부터 2011년까지 독일의 유명 차부품사인 ZF와 BPW사 등에 15종의 부품을 납품하기로 한 것. 그런데 난관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15종에 이르는 수출용 부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라인을 새로 조정해야하지만 중소기업 혼자서 해내기가 쉽지 않았다. 대학과 연구소가 출동, 기존 설비를 그대로 활용해 새롭게 조정하자 수출품목에 딱맞는 라인이 만들어졌다.
이 회사는 공정 개선을 통해 1억 5천만 원의 원가절감 효과를 이뤄냈다.
◆선생님이 필요하신가요?
요즘 지역 차부품업계의 고민은 전통적 형태의 '기계형 자동차 부품'에다 전자적인 성능을 입히는 것이다. 이제 자동차 부품은 '무식한 쇳덩이'가 아니라 '생각하는 쇳덩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능동형 엑셀 페달'처럼 각 부품이 스스로 생각하는 한편, 차의 무게를 늘리는 주범인 복잡한 전선케이블을 부품끼리 연결하지 않고도 부품끼리 통신신호를 교환, 운전대 앞에 앉아있는 주인을 최대한 편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이것이 요즘 추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똑똑한 자동차, 즉 지능형 자동차라는 것이다.
그래서 차부품업계는 똑똑한 부품을 만드는 기술 습득에 대한 교육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이런 업계의 '배움에 대한 갈증'도 '지능형자동차부품산업 육성 사업단'이 풀어주고 있다. 올해 들어 다섯 차례 이 사업단을 통해 실시된 교육 모두 '매진' 사례를 기록하면서 조기 마감됐다. 교육받으려는 업체 직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중.
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박민규(영남이공대 기계과) 교수는 "차 부품이 '단순 기계'가 아니라 '똑똑한 기계'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에 지능형 차 부품에 대해 연구·개발하지 않으면 부품업체가 살아남을 수 없다."며 "지역의 주력산업인 차 부품업체들이 새로운 기술환경에 적응하려면 학교와·연구소와 협력, 똘똘 뭉친다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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