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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출신 권헌익 교수, 인류학 노벨 '기어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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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출신의 인류학자인 권헌익(45) 영국 에든버러대학 사회인류학과 교수가 1일 '인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기어츠상의 첫 수상자로 선정됐다.

기어츠상은 지난해 타계한 미국의 저명한 인류학자 클리포드 기어츠(1926~2006)를 기리기 위해 미국 인류학협회(AAA)가 제정한 것. 권 교수의 저서 '대량 학살 후'(After the Massacre·미국 캘리포니아대학 펴냄)는 전 세계 인류학 관련 연구서를 대상으로 한 심사에서 1차 40여 편 가운데 수상작으로 뽑혔다.

'대량 학살 후'는 베트남전 당시 하마이(Ha My)와 밀라이(My Lai)에서 벌어진 한국군과 미군의 베트남 양민학살을 종교인류학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식민시대의 바스티유:베트남 구금의 역사, 1862~1940'의 저자인 피터 지오만은 "베트남전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가 희귀한 가운데 권 교수의 독특하고 혜안이 넘치는 첫 저서"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은 책이다.

이 책의 저술을 위해 권 교수는 베트남 동굴의 학살 현장을 답사하면서 말라리아에 걸려 죽을 고비를 넘기고, 베트남 경찰에 끌려가 곤욕을 치른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인류학계에서는 "인류학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세계적인 인류학자의 탄생을 알리는 뜻 깊고 경이로운 일"이라며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경북고를 졸업한 권 교수는 서울대 사회학과 2학년을 마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미시간대학 정치학 학·석사에 이어 인류학의 본고장인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인류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1984년 3월 미시간대학 졸업식에서 우수학생으로 선정돼 골든키를 받는 등 뛰어난 재능을 발휘한 권 교수는 93년 31세의 젊은 나이로 전 세계 600여 명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로 임용돼 당시 교민들이 '영광스런 한국인 탄생' 이라는 현수막을 내거는 등 화제를 모았다.

대구은행 창립 멤버이자 제4대 대구은행장을 역임한 권태학(77) 씨의 외아들인 권 교수는 3년 전에 영국 경제사회과학원 연구교수로 선발되기도 했는데 내년 2월 또 하나의 역작인 '베트남전의 유령(Ghosts of war in Vietnam)'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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