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토니 타키타니'는 매우 현재적인 작품이다. 우선 이 영화는 고독과 중독에 관해 그려내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삶에 대한 반짝거리는 비유를 던져준다. 그것은 살을 에이는 듯한 깊은 통찰이라기 보다는 피부의 표면을 스치는 감각적 전언에 가깝다. 영화 속 주인공인 토니 타키타니는 '고독'을 "결핍조차 느끼지 못하는 완벽한 고립의 상태"라고 말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외로움과 고독을 구분한 것이다. 외로움이 타자의 존재를 인정하는 상태의 상대적 기다림이라면 고독은 타자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에 가깝다. 그러니까 오롯이 혼자 만 있는 세계, 혼자 있지만 불편함도 결핍감도 없는 공간, 그곳이 바로 '고독'한 세계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고독의 상태가 중독과 대비된다는 사실이다. '토니 타키타니'에는 옷에 중독된 여자가 한 명 등장한다. 그녀는 옷이 자신의 내면에 있는 결핍을 채워준다고 말한다. 그녀는 자신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옷을 산다. 하지만 결핍은 채워지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중독은 고독과 완전히 대조되는 정반대의 존재론적 곤란이다. 고독이 외부로부터의 단절이라면 중독은 외부에 대한 전적인 의지이기 때문이다. '토니 타키타니'는 고독한 인간이 중독된 인간을 만났을 때, 그 때의 사랑을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토니는 그녀를 보자마자 반한다. 그는 에이코를 보고는 마치 옷을 입기 위해 태어난 여자 같다고 말한다. 에이코와 그녀가 입고 있는 옷에 반한 토니는 결국 그녀와 결혼한다. 그는 그녀로 인해 갑자기 '불안'을 배웠다고 고백한다. 그녀가 곁에 다가와 머물자 갑자기 이 모든 행복이 사라져 고독한 상태로 되돌아갈까봐 두려워진 것이다. 토니는 에이코를 통해 고독을 객관화하고 외로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어쩌면 토니에게는 외로움을 알게할 만한 상황, 즉 외롭지 않은 때가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토니는 불안으로 인해 공포와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그녀가 사라질 까봐, 그녀로 인한 이 애틋함이 사라질까봐.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불안에 길들여진다는 사실이다. 삼 년이 지나자 토니는 불안이나 공포로부터 멀어진다. 그리고 둘 사이에는 새로운 문제가 대두된다. 그것은 바로, 옷. 토니가 에이코를 사랑하게 만들었던 그 이유가 이제는 둘 사이의 장애로 전도된다. 토니는 에이코에게 옷을 그만 사는 게 어떨까, 라고 묻는다. 에이코는 그게 옳을 듯 싶다고 대답하며 얼마 전에 샀던 고급 코트와 원피스를 돌려준다. 그리고 그녀는 옷을 돌려주고 오다가 사고가 나서 그만 죽고 만다.
토니는 다시 고독해진다. 아니 외로워진다. 그래서 그는 이 결핍을 어떻게 해서든 채우려고 전전긍긍한다. 그녀는 사라지고 그녀가 사들였던 옷만이 남는다. 그녀가 사라지자 그는 결핍의 고통을 느낀다. 불안과 공포, 고독과 중독, 사랑과 외로움의 아이러니, '토니 타키타니'에는 그런 질문들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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