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린이집도 '빈부 명암'

대규모 시설 밤샘 줄서 추첨 배정…20명 미만 상당수는 정원 못채워

최근 신규 원아 모집을 위한 설명회를 개최한 대구 수성구 A어린이집. 그동안 선착순제에서 올해부터 추첨제로 모집 방식을 바꾼 이곳은 설명회 당일 1차로 30여 명의 원아들을 뽑았는데, 추첨 순서를 두고 부모들끼리 신경전을 벌일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어린이집 측은 "선착순제를 해보니 부모님들이 밤새워 줄을 서거나 15만 원의 일당을 주고 아르바이트생까지 고용하는 일도 있었다."며 "나머지 18명을 추첨 선발해야 하는데 90~100명이 몰릴 것으로 보여 모집 방식을 바꿨지만 경쟁률은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이달 중순까지 신규 원아모집을 하고 있는 대구의 어린이집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 대형 어린이집에서는 몰려드는 지원자들을 추려내기 위해 선발방식을 바꾸는 등 즐거운 고민에 빠져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등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

남구의 B어린이집은 지난해 추첨제를 도입했다가 올해 다시 선착순제로 모집 방식을 바꿨다. 큰아이가 먼저 이곳에 다니는 동생에게도 일반 지원자와 똑같이 추첨하도록 했다가 부모들의 불만을 산 것. 이에 올해는 50명의 신규 모집인원 중 큰아이가 다니고 있으면 동생을 우선 선발키로 하고, 남은 정원을 추첨키로 했는데 경쟁률이 5대 1가량 될 것으로 이곳 관계자는 내다봤다.

내부 시설이 넓고 영어교육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구의 C어린이집은 이달 초 70명을 신규 선발하는 데 220명이 지원서를 제출했다. 서류전형·면접으로 선발하는 이곳의 경우 매년 원생 모집 시즌이 될 때마다 지원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반면 상당수 소규모 어린이집들은 정원을 못 채우거나 아예 문을 닫는 곳도 생기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구시보육정보센터에 따르면 현재 대구의 국·공립, 법인, 민간어린이집은 총 1천250개로 이 중 원생 수가 20명 미만인 가정어린이집이 8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년간 문을 닫은 95개 중 상당수가 이런 소규모 어린이집이었다.

특히 여성가족부가 3년 전부터 보육시설평가인증제를 도입한 이후 소규모 어린이집들 간에도 인증 여부에 따라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대구시보육정보센터 측은 "이미 159개 어린이집이 인증을 받았고 300여 개가 인증 신청을 했지만, 인증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에 포기하는 어린이집도 다수"라고 전했다.

최정선 사단법인 대구시보육시설연합회장은 "인기도나 입소문만 믿고 무작정 어린이집을 고르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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