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신당에 맞장구친 '이명박 특검법' 수용

노무현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거듭 요구한 '이명박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제 자신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이 주도한 특검법을 의결한 것이다. 이로써 국민은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전 특검 수사 대상에 오르는 혼란스런 사태를 지켜보게 생겼다.

노 대통령은 "국회에서 다수결로 통과한 법안이며 이 당선자가 수용 의사를 밝힌 상태"라고 했다. 대통령으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이 없다는 이야기다. 종전 '삼성 특검법' 때와는 판이한 태도다. 지난 11월 국회가 삼성 특검법을 추진할 당시는 '보충성과 특정성의 원칙 위배, 검찰 무력화, 특검 권한 남용'이라는 논리를 동원해 극도의 거부감을 표출했었다. 이미 검찰이 삼성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는 상황을 들어 조목조목 특검 무용론을 편 것이다. 그러면서 '대통령 흔들기'라고 목청을 높였다. 자신을 겨냥한 '당선 축하금' 수사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노 대통령은 특검을 검찰 수사에 대한 보충적 성격으로 보는 것이다. 그런데 한 달 만에 그런 인식이 바뀌었다는 건가. 이미 무혐의 결론을 낸 'BBK 수사'에 어떤 보충적 상황이 생겨났다는 건가. 이번 특검은 오직 사기 피의자 김경준 씨가 주장하는 '검찰이 회유했다'는 메모 하나에 매달렸다. 검찰의 수사 결과를 뒤엎는 구체적 반박 근거는 아무 것도 대지 못했다. 더욱이 김 씨 본인이 문제의 메모는 '허위였다'고 말을 뒤집기까지 했다. 노 대통령이 이런 전후 사정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특검을 수용한 것은 'BBK'를 총선까지 써먹으려는 신당에 맞장구를 친 거나 같다.

특검은 위헌을 포함한 여러 법리적 부적정성 논란을 낳고 있다. 형사소추권이 정략적 의혹 해소에 남용당하는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이상 특검의 결과에 대해 어느 쪽이든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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