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입제도 확 바뀐다는데"…예비高3·학부모 애간장

고교 내신 성적의 비중을 대폭 높이겠다던 2008학년도 대입 제도의 기본 틀이 사실상 무너짐에 따라 고교마다 새로운 입시제도에 다시 대비하느라 큰 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새 정부의 대입 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능 등급제 폐지 및 과목 수 축소, 수능 점수 공개시 논술 폐지 등 불확실한 내용들이 대통령직인수위와 대학 등에서 끊임없이 발표돼 학생, 학부모들의 답답함을 한층 키우고 있다.

고교 교사들과 입시전문가들은 수능등급제 개선 여부와 관계없이 2008학년도 대입 제도는 시행 한 해 만에 수명이 다해 개편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일현 송원학원 진학지도실장은 "내신 성적은 대학들이 등급 간 점수 차이를 줄여 영향력을 떨어뜨리고, 대학별 고사는 가이드라인을 넘어서는 등 현 제도는 유명무실해졌다."며 "수능 등급제를 보완하는 정도로는 수습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교생과 학부모들은 이 같은 현실에 분통을 터뜨리면서도 당장 입시제도가 어떻게 바뀔지 몰라 애를 태우고 있다. 지난달 27일 1, 2학년생과 학부모 180여 명을 대상으로 입시 설명회를 연 대건고의 이대희 연구부장은 "모두가 궁금함과 걱정, 분노와 허탈 등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직인수위가 2월 초에 수능 등급제 관련 발표를 한다고 하는데 입시의 기본 틀과 향후 일정까지 밝혀야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수능 반영, 논술 시행 등 핵심적인 사안에 대한 대학 관계자들의 입장이 제각각으로 쏟아지면서 고교의 동요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연세대와 서강대, 성균관대 등은 수능 표준점수가 주어지면 논술고사를 폐지할 수도 있다고 밝혔으나 폐지 시기는 물론 수시모집에서의 시행 여부, 인문계 논술 실시 방안 등에 대해서는 방침이 각기 다르다.

논술 학원 수강, 영어 지문과 고난이도 수학·과학 대비 등을 당장 결정해야 하는 학생들로서는 학습의 기본 방향을 잃은 셈이다. 한갑수 대구진학지도협의회장은 "연일 나오는 대학들의 발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관망하는 형편"이라며 "2009학년도 입시 일정과 대학별 전형계획부터 하루빨리 확정, 발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수능 점수제가 되살아나고 대학별 고사의 난이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수생들이 대폭 늘어날 조짐을 보이는 것도 고교의 걱정을 키우고 있다. 한 고교 교사는 "수능 점수제로 가면 재수생이 늘고 강세가 되살아날 게 분명한데 내신과 수능, 대학별 고사를 모두 준비해야 하는 재학생들에게는 제도 변화보다 더 큰 악재"라고 말했다.

실제로 새 정부가 대학입시를 자율화하고 등급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이후 재수학원가에서는 1월 선행반 모집이 이상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3~7일 개강한 대구의 재수선행반 학원들의 경우 등록생이 지난해에 비해 50% 이상 늘어났다. 한 재수학원 관계자는 "12월 선행반 등록생이 의외로 많았는데 수능 점수제가 되살아난다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1월 선행반은 더 늘었다."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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