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저물어 찾아온 집 쥐들만 오고 가네
어두워 분간 못해 기댈 곳을 더듬는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졸음 속을 가는 이.
팔공산 파계사 가서 스님 뵌 날이 까마득합니다. 생각과 생각 사이 매운 눈발이라도 몰아친 걸까요. 아무래도 이슬로 씻은 게 분명한 스님의 낯빛만이 기억 속에 환한 옥등입니다.
매양 사람을 좇고 사람의 기척을 살피니 빈집의 사정은 쥐가 용케 알밖에요. 하나 이미 저문 날을 어떡합니까. 더듬어서라도 지친 몸이 기댈 곳을 찾아야지요.
여기서 집은 사람의 정신이 드나드는 몸으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끝내 내동댕이쳐야 할 거푸집임에 틀림없지만, 그 몸이 없다면 어찌 구도의 길을 가겠습니까. 구속을 벗고 망념과 미혹을 떨치기까지 그저 마음 앉힐 자리나 찾아 나설 일입니다.
스님은 그러셨지요. '시의 사치에 젖다 보면 화두는 이미 십만 팔천 리'라고. 짐짓 그 말씀을 뒤집어 봅니다. 詩(시)와 禪(선)은 서로 다르면서 또한 같으니까요. 겉보기와는 달리 중·종장 어름에는 쉬 넘기 어려운 물길이 흐릅니다. 그 물길은 '졸음 속을 가는 이'에서 느닷없는 맴돌이를 칩니다.
박기섭(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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