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로 우리는 '동방예의지국' 이었노라며 자부심을 가지곤 한다. 공산 중국이 批林批孔(비림비공)의 광풍 속에 말살해 버렸던 유교적 전통과 미덕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나라도 한국이 유일하다며 뿌듯해 하기도 한다. 그러나 욕설로 도배되다시피하는 우리 사회의 무지막지한 언어 난립상을 보면 그런 자부심도 시쳇말로 '꽝'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자 중고생들의 대화는 아예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난다. 상아탑의 대학생들도, 점잖아 보이는 직장인들의 대화도 왁살스럽기는 매한가지다. 욕설 무풍지대로 여겨졌던 초등학생들이나 여성들까지도 자연스럽게 욕설을 구사하는(?) 장면이 적지 않을 정도다.
욕설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저주하는 말' 또는 '남의 명예를 더럽히는 말'이다. 욕설은 불만이나 스트레스의 가장 후진적인 해소 방법이라고 한다. 물론 비상도 적절하게 쓰면 약이 될 수 있듯 욕도 잘만 쓰면 맺힌 기분을 풀어주는 카타르시스 역할을 한다. 전국 곳곳의 이름난 '욕쟁이 할머니' 식당들을 찾아가는 사람들은 욕을 얻어먹으면서도 기분 좋아한다. 하지만 욕에도 금도가 있는 법, 요즘 우리사회의 욕설은 위험 수위를 넘나든다는 게 문제다.
인터넷 개인방송의 장난 전화 사이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욕설 대행은 한국이 욕설 중독 사회가 된 게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갖게 한다. 네티즌이 자신이 욕해주고 싶은 사람의 실명과 전화 번호를 알려주면 BJ(인터넷 방송 진행자)가 대신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거친 욕설이나 음담패설을 퍼붓는다. 게다가 수백 명의 네티즌들이 접속해 욕설을 부추기는 한편 괴전화를 받고 당황해 하는 피해자의 반응을 즐기기까지 한다. 피해 신고가 봇물을 이루자 마침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하니 그 정도를 알 만하다.
사람에겐 누구나 선한 면과 악한 면이 공존한다. 교육과 자기 훈련,절제를 통해 보다 선하게 다듬어지기도 하고 한층 악하게 되기도 한다. 입을 통해 나오는 말 또한 마찬가지다. 법정 스님은' 사람은 모두 입안에 도끼를 가지고 태어난다. 어리석은 사람은 말을 함부로 하여 그 도끼로 자신을 찍고 만다'고 했다. 복을 부르는 말 덕분에 한평생 행복하게 살 수도 있고, 악한 말'더러운 말 때문에 인생을 그르칠 수도 있다. 더이상 욕설 중독 사회가 되지 않게끔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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