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은 말로써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대중의 언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방송은 시청자의 언어를 계도할 수도 있고, 오도할 수도 있다. 방송이 대중의 언어를 오도하는 실정을 살펴보는 것이 이 글의 취지이다. 그 실례를 들어보면…
①"어머니, 사랑합니다."
어머니를 사랑한다고 하면 안 된다. '치 대접 내리 사랑'이란 말이 있다.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은 손아랫사람이다. 동등관계에 있는 애인이나 아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의 상한선이다. 웃어른을 사랑한다고 하면 버르장머리 없는 말이다.
애친경장(愛親敬長)의 애친은 부모를 사랑한다는 말이 아니고, 부모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지존하신 하나님은 사랑할 수 있어도, 아버지를 사랑한다고 하면 버르장머리 없는 것이 한국인의 언어예절이다. "어머니, 존경합니다." "어머니, 좋은 아들 되겠습니다."가 '버르장머리 없는 말'의 대안이다.
"어머니, 사랑합니다."는 또한 위계질서를 무너뜨린다. 어머니와 자식이 대등한 관계로 변한다. 예의도덕이 삼강오륜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한마디 말에도 예의도덕이 스며 있다. 부모를 쳐다보며 사랑한다고 하는 세상이 되었다. 방송의 책임이 크다.
②"축하 드립니다." "감사 드립니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가 바른 말이다. 축하하고 감사하는 것은 마음으로 느낀 것을 표현하는 것일 뿐, 무엇을 드리는 것이 아니다. 문안과 인사는 드리지만, 감사와 축하는 드리는 것이 아니다. '과공은 비례'란 말이 있다. 지나치도록 공손하게 대하면 상대방이 어렵게 되므로, 도리어 예의에 어긋난다는 뜻이다. 공손스럽게 말하여 잘 보이려고 "축하 드립니다." "감사 드립니다."란 말을 하는 것 같다. 지나친 공손은 아첨이다.
③한자·한자어를 몰라서 잘못된 말
접수 받는다(×)―접수한다(○), 계약을 맺다(×)―계약하다(○), 작명을 짓다(×)―작명하다(○)·이름을 짓다(○), 집필을 쓴다(×)―집필한다(○) 등등이 있다. 한자의 뜻을 정확하게 몰라서 이렇게 된다. 국어는 70% 이상이 한자어라고 한다. 국어를 바로 알고, 쓰기 위해서는 한자·한문에 대한 소양이 좀 있어야 한다.
④한자어의 장음과 단음
한자어는 한글 표기는 같더라도 발음이 길고 짧음에 따라 의미에 차이가 있는 말이 많다. 최근에 방송에서 잘못 발음한 장음과 단음을 기록해 보았다. ( ) 밖이 방송에서 틀린 발음이고, ( ) 안이 옳은 발음이다. ':'표는 장음표시다.
-磨勘 마:감(마감) -監査 감:사(감사) -痲藥 마:약(마약) -韓國 한:국(한국) -昌原 창:원(창원) -愼重 신중(신:중) -蔡 채(채:) -歌手 가:수(가수) -長魚 장:어(장어) -競選 경선(경:선) -金産 금:산(금산)….
국어사전에는 발음 표시가 옳게 되어 있는데, 아나운서가 잘못 발음한 것이다. 시청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방송국의 말을 따라간다. 2008년 1월 중·고등학교 국어교사의 수는 2만 9천360명이다. 한 아나운서의 힘이 3만 국어교사보다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방송국에서 명심해야 한다. 방송국은 무거운 책임을 느끼면서, 방송국에서 나오는 말에 잘못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 태 연(전 계성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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