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뇌출혈 노모 돌보는 재중동포 이명자씨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쓰러진 어머니…다시 일으킬 기적이…

▲ 어머니의 빠른 쾌유를 위해 날마다 병원을 찾아 온몸을 주무른다는 이명자 씨. 이 씨는
▲ 어머니의 빠른 쾌유를 위해 날마다 병원을 찾아 온몸을 주무른다는 이명자 씨. 이 씨는 "엄마는 다시 보란 듯 일어설 겁니다."라며 믿음을 놓지 않고 있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이웃사랑 담당자시죠? 저는 이명자라고 하는데요. 제발 도와주세요. 우리 엄마가 죽어가요."

지난달 말 이웃사랑 제작팀은 다짜고짜 도와 달라는 말부터 꺼내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귀에 익지 않은 억양이었다. 강원도 사투리도 아니고, 경상도 사투리는 더더욱 아니었다. 하지만 다급한 심정만큼은 충분히 전해졌다.

이웃사랑 제작팀이 이명자(39·여) 씨를 만난 건 전화가 온 지 보름 가까이 지나서였다. 이 씨는 이 날도 어머니 이정렬(66) 씨의 병원비를 구하기 위해 경북 김천까지 갔다 오는 길이라고 했다.

"한국에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재중동포 출신인 이 씨는 한국 땅에 피붙이라곤 4년 전 한국에 온 부모님과 남편, 그리고 세 살배기 아들이 전부라고 했다. 이 씨 역시 12년 전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 와 4년 전 결혼을 하고서야 한국 국적을 얻게 됐다. 이 씨는 대구 성서공단의 작은 공장에서 일하는 남편의 월급으로는 잘못 선 보증 빚을 갚는 데도 벅차 언젠가 본 적이 있는 '이웃사랑'에 연락하게 됐다고 했다.

"부모님을 중국으로 다시 보내드렸어야 했는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어요. 망나니 같은 오빠 때문이었죠."

중국 지린성에서 밭을 갈아 밥벌이를 했다는 부모는 이 씨와 다섯 살 터울의 오빠 문제로 골치를 앓았다고 했다. 연일 사고를 치는 오빠 탓에 집안의 돈은 죄다 합의금과 피해자 치료비로 날려버렸다. 이 씨는 "한국에서 산업연수생으로 일하며 모아 집으로 보냈던 돈도 오빠가 탐냈다고 해요. 떠돌이 신세를 자처하는 오빠에게 연로한 부모님을 도저히 맡길 수 없었어요."라며 쏟구치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8년 전에도 엄마가 쓰러진 적이 있었어요. 가망이 없다고들 했는데 보란 듯이 일어났어요. 기적이랬어요. 그때도 뇌출혈이었는데…."

이 씨의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진 것은 지난달 19일. 수술 후에도 어머니는 열흘간 의식이 없다 눈을 떠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씨가 이웃사랑 제작팀에 전화를 건 것도 그즈음.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또 한번의 기적이 일어나는구나 싶었지만 엄청난 병원비에 고개를 떨궈야 했다. 4년 전 결혼 앞둔 딸을 보러 왔다 지금까지 딸의 집에서 사위와 함께 살아온 부모는 불법체류자 신세. 때문에 건강보험 적용대상자도 될 수 없었다. 병원비는 갈수록 늘어 1천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예전엔 보증금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도 없네요. 남편도 회사에서 가불이라도 해보려 했지만 잘 안됐어요.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입니다."

보증금 300만 원, 월세 30만 원짜리 셋방에서 살고 있는 이 씨는 지난해 가을 아버지의 다리 수술 비용으로 보증금 300만 원을 써버렸다. 이 씨의 눈물은 그칠 줄 몰랐다.

"입원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엄마가 제 목소리를 듣고 눈을 떠요. 팔도 움직이면서 말이죠. 기적이 또 일어날 것 같은데 병원비가 없네요." 순간 찬바람이 휑하고 지나자 이 씨의 창백한 얼굴이 드러났다. 이 씨의 눈물이 바람을 가르며 뚝 떨어졌다.

저희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 대구은행 (주)매일신문사입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충북 청주에서 당원 교육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계엄 해제 표결에 대한 책임을 언급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iM금융그룹은 19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강정훈 iM뱅크 부행장을 최고경영자 최종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강정훈 후보는 1969년생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출신 지도자가 훈련용 사격 실탄 2만발을 무단으로 유출한 사실이 밝혀져, 해당 인물은 현재 구속되어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