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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읍성…흩어진 성돌…잊혀진 대구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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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살아 숨쉬는 대구읍성 성돌을 찾습니다."

14일 오후 1시쯤 대구 중구 동산동 신명학원(신명고·성명여중). '80주년 기념관' 뒤편에 동그랗게 조성된 소공원 곳곳에는 '성돌'로 추정되는 짙은 팥색이나 빛바랜 황토색 화강암이 계단과 정원 기초석으로 수십 개 박혀 있었다. 네모 모양부터 동그란 것까지, 직경 30~80cm로 제각각인 이 성돌은 정으로 직접 쪼아 만든 모양 그대로 투박했다. 100년 전 대구읍성 해체와 함께 사라졌던 바로 그 성돌이었다.

여기서 골목길을 걸어 올라가면 동산의료원이 나온다. 1910년경 미국 선교사가 살던 '의료선교박물관(선교사 챔니스주택, 스윗즈주택)' 2곳에도 성돌이 계단과 주택 기초석으로 알알이 박혀 있었다. 성돌은 허벅지 높이까지 2개 층으로 쌓여 있었다. 이 성돌은 대구읍성 해체 후 미국 선교사들이 가져다 심은 것으로 얼마나 많이 옮겨왔는지 사람 키보다 조금 높은 박물관의 지하창고와 보일러실 외벽에 수백 개씩 쌓여 있었다. 이정화 의료선교박물관 안내원은 "성돌이 두 건물의 기초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하창고의 성돌은 그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이명수 동산의료원 홍보팀장은 "기초석을 제외한 나머지 성돌은 대구 읍성의 역사를 재현하는데 기부할 의사가 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4시쯤 계성중·고교 옆 담장에는 '붉고 검은' 팥색의 성돌이 2∼3m 높이에 80m 길이로 담장을 이루며 장대하게 뻗어 있었다. 덩굴로 덮인 일부 담장은 그 역사를 반영하듯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서문시장 주차장 뒤편의 마산상회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100m가량의 좁은 골목길이 나타나는데, 이 골목길을 낀 담장 전체가 '성돌'이었다.

계성학교 안에 있는 유형문화재 제45호 '아담스관'은 설립자인 미국 선교사 아담스(James E. Adams)가 1908년 서양식 교사로 지은 건축물로 '성돌'이 곳곳에 박혀 있었다. 안내판에는 '공사는 중국인 벽돌공과 일본인 목수가 담당했고 대구읍성을 철거한 성돌로 지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반듯한 네모돌에서부터 둥근 것까지 모양은 제각각이었고, 계성학교 설립자인 '안의와 신학박사' 기념동상 인근의 정원석도 모두 성돌이었다.

대구 중구 곳곳의 옛 기와집이나 고대 건축물에도 성돌은 흩어져 있다. 15일 찾아간 대구 중구 종로2가 진골목식당 출입구에도 성돌이 기초석으로 쓰였고, 계산동 이상화 고택의 디딤돌, 주춧돌도 모두 성돌이었다. 동성로 야시골목에서 만난 한 적산가옥(敵産家屋·일제 때 일본인이 쓰던 건물) 담장도 성돌을 품고 있었다.

이정호 동성로공공디자인개선사업 추진위원장은 "성돌 기부자가 나타나면 추진위가 직접 현장으로 가 성돌을 빼고 새 돌로 대체해 줄 계획"이라며 "숨은 성돌을 찾는데 많은 시민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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