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 미래 화두는 돈보다 일자리

세계 최대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실시한 2007년 11월 12일 사상최대의 전 세계인 대상 설문조사결과가 놀랍다. 종래 20년간 인간이 최고로 원했던 것은 '돈과 명예'였는데, 그것이 이제는 '좋은 일자리'로 바뀌었다. 이제 사람들은 "돈도 명예도 다 싫으니 일자리만 다오"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즈음 공무원사회나 기업체에서도 서로 늦게 출세하려고 발버둥을 친다. 빨리 출세하면 빨리 퇴출되고 빨리 퇴물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일자리는 더욱더 줄어든다. 스마트칩은 슈퍼마켓에서 점원을 없앤다. 자동계산대를 통과하면 카드에서 돈이 빠지고 영수증이 튀어나온다. 2030년 즉 20년만 기다리면, 의식주가 대부분 해결된다. 줄기세포기술이 보편 상용화되어, 산삼이 배양으로 끊임없이 생산되듯, 최고급 육질의 고기나 최고급 섬유질의 채소를 공장에서 팡팡 찍어낸다. 그때가 되면 가난하거나 배고픈 사람은 없고 '일이 고픈' 사람만 있다고 한다. 일 그 자체가 존재의 의미, 정체성, 소속감이고 정신건강이어서 사람들은 의식주가 해결되어도 일을 원한다고 한다. 결국 미래사회 승자는 '출세한 자'가 아닌 '일거리를 가진 자'다.

미래 일자리에 대해 미국정부는 10년 후는 현존직업 80%가 소멸 진화하며 첨단기술발달로 노동력의 50%가 신기술 재교육을 수시로 받게 되며, 1년 배워 2, 3년 일하고 또 1년 배워 1년 일하는 등, 모든 생산노동력은 죽을 때까지 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6개월만 지나면 그 전 지식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20년 전 하버드, 서울대 졸업장도 무용지물이다. 이제 입사지원서에 독일처럼 학력 대신에 특허 출원건수를 적고, 미국처럼 자신이 개발한 제품 디자인 목록을 넣는다. 생년월일 난에는 '태어난 날짜'를 적는 것이 아니라 DNA검사를 통한 '건강 나이'를 적게 된다.

미래 최대 유망사업은 미래예측산업이다. 미래에 무엇을 공부해야 하고 어느 길로 나가야 할지 가장 궁금해 하기 때문이다. 미래예측은 개개인의 '라이프디자인'을 돕는다. 지금은 이것을 공부하다가 십여년 이 분야에 종사한 후 얼른 뛰어 다른 분야로 말을 갈아타라고 알려준다. 10년 후 최대 인기 산업은 ①나노 바이오 인포 코그노(인지) 에코(환경)기술 ②에너지산업 대체에너지 태양열 ③GPS, 감시공학, 보안 산업, 두뇌공학 ④시니어산업 고령화, 의료헬스산업, 대체의학, 가사 헬스 노인 도우미 ⑤교육산업, 인력 공급업, 금융서비스 ⑥사이버, 가상현실산업 ⑦신사회과학 심리학, 홍보연예산업 등이다.

유엔미래포럼회장 제롬글렌은 2008년 3월 27일 오후 3시 뉴욕 유엔빌딩에서 각국 유엔대사들을 초청한 가운데, 아직도 미래전략기구가 없는 국가는 빨리 설치하라는 권고를 하였다. 앞으로 지구촌 공동노력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한 기후변화, 물·에너지 부족, 여성아동, 빈부격차, 국제범죄 테러, 질병오염 등 다양한 문제를 다루게 되며, 최우선과제로 기후변화에 관한 각국의 협력체계를 갖추려고 한다.

그러므로, 두번째로 집권한 대구경북도 이제 장기적인 국가미래전략을 세워야 한다. 10년 후 2%로 소멸하는 제조업을 유치하려 하거나 인구소멸로 사라지는 나라로 인식되는 한국에 외국기업유치는 힘들 뿐 아니라 나중에 대구경북의 짐이 될 수 있다.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를 가장 먼저 아는 사람이 가장 경쟁력을 가진다. 대구가 미래예측의 중심지가 되면서, 대한민국 청소년의 '라이프디자인'을 해주는 미래예측산업의 메카가 되면 어떨까? 이제 돈과 명예보다 일자리를 달라는 아우성이 들릴 때 "대한민국 국민의 일자리는 국내외 잡네트워크가 가장 잘 연결된 우리가 디자인해 주고 찾아준다"는 모토를 세워봄 직도 하다. 결국 IT와 노키아가 사양산업으로 돌면서 핀란드 의회 미래상임위원장이 교육산업을 국가미래성장동력으로 지목한 것처럼 우리도 뭔가 하나를 잡고 늘어져 보자. 그런데 그 무엇인가는 사양산업이 아닌 미래산업이어야 한다. 대구의 미래산업은 미래예측에서 맞춤 예측이 가능하다.

박영숙 주한 호주대사관 문화공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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