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어느 퍼포먼스

인기가 돈으로 연결되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어떤 방법으로든 대중의 눈과 입에 오르려고 안간힘을 쓴다. 과거엔 무조건 좋은 이미지에 집착했지만 요즘은 전략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들고 나오기도 한다. 대중이란 대체로 시끌벅적한 것에 더 큰 흥미를 보이기 때문이다.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들로 화젯거리를 만들어 소비자의 이목을 끄는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도 이런 대중의 심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로 엔터테인먼트나 광고계에서 애용되던 노이즈 마케팅이 점차 다른 분야로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해 초 '낸시랭이 실종됐다'는 문구가 인터넷을 달군 적이 있다. 낸시랭은 '난 돈을 사랑해'라는 도발적 발언으로 미술계에 화제를 몰고온 20대의 팝 아티스트다.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산 마르코 성당 앞에서 속옷 차림으로 바이올린을 켜는 발칙 퍼포먼스를 벌였나 하면 비키니 차림의 파격적 퍼포먼스들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주인공이다.

하지만 알고 보니 엉뚱하게도 국내 유명 전자업체의 온라인 이벤트였다. 낸시랭의 실종이라는 가상하에 이벤트 참가자들이 단서를 찾아내고 범인을 색출해 가는 게임이었다. '입질'에 걸려든 소비자들 덕분에 해당 상품은 판매고가 단번에 수직 상승했다는 후문이다.

서울의 한 갤러리 전시회 개막 현장의 '창녀 찾기' 퍼포먼스가 화제다. 100여 명의 관객 속에 끼어 있는 1명의 성매매 여성을 배치하고 해당 여성을 알아맞힌 사람에겐 120만 원, 당사자 여성에겐 60만 원을 주는 퍼포먼스였다. 한 사람이 어느 여성에게 다가가 성매매 여성인지 물었다. 굳은 얼굴로 "내가 창녀처럼 보이냐"며 반문하던 여성은 "맞다"고 답했고, 관객들은 탄성을 질렀다 한다. 현장 분위기를 다룬 신문 기사는 '60만 원을 받고 전시장을 떠나는 눈에 눈물이 고였다'고 썼다.

전시 기획자는 "우리 사회의 자본주의의 모순 고발, 예의와 윤리의 정의와 한계에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했다. 알아맞힌 사람은 "그저 낯선 사람에게 창녀냐는 질문을 던질 용기가 있음을 스스로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했다. 퍼포먼스일 뿐이라면 이해될 수도 있다. 그러나 왠지 '연못 속 개구리에 장난으로 돌 던지는 아이들' 우화가 자꾸 머리를 맴도는 건 무슨 까닭인가.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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