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성악가들을 목소리에 따라서 나눈다. 이것은 오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오페라의 경우에는 목소리에 따라 각기 맡는 역할도 다르고 성격도 달라지기 때문에, 목소리의 종류를 잘 알고 있는 것이 감상하기에 좋다.
흔히 우리들은 여자의 목소리는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그리고 알토로 나눈다. 남자의 경우는 역시 테너, 바리톤, 그리고 베이스로 나눈다. 아마 이런 정도는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오페라에서도 6성부로 설명한다.
이렇게 목소리에 따라 나누는 것을 성부(聲部)라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성부는 왜 필요한가? 먼저 여자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대부분의 여자주인공 즉 프리마돈나는 소프라노(soprano)가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면 그녀의 주변 인물 즉 그녀의 친구나 라이벌은 메조소프라노(mezzo-soprano)에게 돌아간다. 그래서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의 뚜렷한 대비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모차르트의 '코지 판 투테' 같은 경우에는 두 명의 자매가 나오는데, 이럴 경우 언니인 피오르딜리지는 소프라노가 부르고 동생인 도라벨라는 메조소프라노가 부른다. 이렇게 해야 두 자매가 2중창을 부를 때, 멋진 화음이 가능한 것이다.
반면 알토(alto)란 성부는 간혹 콘트랄토(contralto)라고도 불리는데, 결국은 같은 말이다. 사실 알토는 보통 오페라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다. 게다가 설혹 알토 성부의 배역이 있다손 하더라도, 요즘은 주로 메조소프라노가 이 성부를 맡는 경우가 많다. 오페라계에서 알토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서, 그들의 영역은 대부분 메조소프라노에게 빼앗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토는 주로 노파, 점쟁이, 무녀, 이런 역할들이 많다.
남자는 어떠한가? 남자 역시 마찬가지다, 남자주인공은 대부분 테너(tenor)가 맡는다. 사랑에 빠지는 남자는 분명 테너에게 어울린다. 테너들은 소프라노와 커플이 되어서 아름다운 사랑의 2중창들을 남발한다.
반면 바리톤(baritone)은 테너의 라이벌로 나오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는 소프라노를 사이에 두고 테너와 일대격전을 벌인다. 그러던 바리톤은 어느날 갑자기 아버지의 목소리가 되었다. 그것은 모두 이탈리아의 가장 대표적인 오페라 작곡가인 베르디 때문이다. 그건 오페라의 사랑이라는 것은 모두 남녀의 수평적인 사랑이었다. 여기에 베르디가 아버지라는 존재를 만들어 넣었다. 그 아버지는 남자의 아버지도 있으나 여자의 아버지인 경우기 대부분이다. 아버지들은 남녀의 사랑에 간섭을 하는데, 대부분 훼방을 놓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악역도 많다. 베르디의 '리골레토' '나부코' '아이다' '시몬 보카네그라' 등에 나오는 바리톤들은 아버지, 그것도 모두들 프리마돈나 즉 소프라노들의 아버지인 것이다.
베르디 이후로는 바리톤의 그늘에 가렸지만, 그 이전까지는 원래 베이스(basso)가 더 중요한 배역이었다. 즉 남성 성부를 둘로 나눌 때는 무조건 테너와 베이스였다. 그런 만큼 지금 바리톤이 누리는 이상의 영광과 혜택을 과거에는 베이스가 누렸던 것이다. 그러던 중에 베이스에서 파생되어 바리톤이라는 목소리가 자리 잡게 되었다. 베이스는 역시 자신 고유의 역할들을 맡는다. 즉 왕, 승려, 목사, 가정교사… 이런 역할들이 베이스의 단골 메뉴였다.
박종호 오페라 평론가,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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