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그 친구
냇가로 들판으로
짓궂게 달려와서
모른 척 툭 던지던
시방, 나
그 풀꽃 반지
뜬금없이 끼고 싶다.
누구한테나 잊혀지지 않는 몇 묶음 추억은 있기 마련이죠. 냇가며 들판을 벌거벗은 채 뛰놀던 시절의 추억은 더욱 오래 갑니다. 냇가며 들판만큼 온전한 놀이 공간이 또 있던가요. 찔레순 송기를 꺾고, 칡뿌리 잔대를 캐던 그 시절의 흙빛과 자갈빛.
마치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오는 소년과 소녀를 보는 듯한데요. 짓궂게 달려오는 소년의 행동에서 은근한 관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데 정작 중요한 순간 소년은 속내와 달리 '풀꽃반지'를 툭 던지고 맙니다. 무심코인 듯. 그런 숫기 없는 모습이 빛 바랜 사진틀 속에 오래 남아 환한 까닭은 무엇입니까.
추억은 느닷없습니다. 어느 순간 불쑥 말을 걸어 옵니다. 그날의 풀꽃반지를 다시 끼고 싶지 않냐고. 그 냇가며 들판을 다시 닫고 싶지 않냐고. 뜬금없지만, 어린 날의 몇 묶음 추억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추억은 한사코 잊혀지지 않으니까 추억입니다.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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