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펼치기가 겁난다. 뉴스 보는 것이 두려워 TV를 켜지 않고 산다는 사람들도 많다. 좋은 소식은 찾아보기 어렵고 오로지 걱정거리들뿐이기 때문이다.
살인적인 고유가 및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곡물·원자재가격으로 인해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올해 억제 목표의 거의 두배인 6%에 이를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1970년대 및 80년대 초 1, 2차 오일쇼크 당시 우리 경제가 겪었던 심각한 인플레이션 폭풍이 재연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경고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나마 그때는 고도 성장을 할 시기여서 물가 오름세만 문제가 됐지만 요즘 우리 경제는 경기 침체 속의 물가 상승이란, 그야말로 국민들 생활에 최악인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소득은 정체되거나 마이너스로 돌아서는데 물가는 오르니 서민들의 생활은 처참해진다.
경유값 상승으로 인해 버티다 못한 화물·건설노동자들이 하나, 둘 차를 세울 때도 오죽하면 생업을 포기하겠느냐고 이해하는 국민들이 많았다. 서로 같은 심정에서였다. 차를 멈춘 이들이 모여 전국적인 파업에 돌입했지만 반감이 이전 파업 때보다 적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전면 파업에 돌입하기로 한 것은 국민적인 동의를 얻기 어렵다. 정치적 목적으로 벌이는 파업은 오히려 국민들을 불안하게만 할 뿐 여론의 동조를 받지 못한다. 민노총 핵심 사업장인 기아차나 GM대우차의 파업 찬성률이 50%대에 머문데다 현대차 파업은 조합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민주노총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전면 무효화, 한반도 대운하 반대, 물 전기 가스 철도 민영화 반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 투표를 실시했다. 파업 명분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지만 조합원들의 찬성률이 극히 낮은데도 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생계형 투쟁을 벌이던 사람들의 진정성마저 훼손시킨다는 점에서 자제하는 것이 맞다.
이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정부의 태도다. 경유를 비롯한 기름값이 폭등하는 상태에서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해 물류를 멈추는 빌미를 제공하더니 파업 상황에서도 갈팡질팡할 뿐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아 파업 장기화를 불러 왔다.
화물·건설노동자 파업을 해결하기 위해선 전 부처의 협력이 필요한데도 주무 부처만 발을 굴렀을 뿐 청와대나 다른 부처는 강 건너 불구경식이란 지적도 나왔다. 한미 쇠고기 협상 후폭풍으로 내각과 청와대 수석 보좌진들이 총사퇴한 마당에 일할 마음이 나지 않는 것이 그들에겐 당연할지 모르지만 해결책 마련을 희망하는 국민들에겐 정권 전체에 대한 미움으로 와 박힌다. 국민이 맡긴 소임도 제대로 하지 않는 그들에게 왜 우리의 세금이 나가야 하는지 화가 치민다.
더욱 분노하게 하는 조직은 국회다. 새로 임기를 시작한 국회는 나라가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는 이때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수입쇠고기 문제와 서민들의 생활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인데도 문을 닫아 걸고 집을 비워버렸다.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노선 경쟁을 벌이는 것은 그들의 자유이지만 우리는 국민의 대표라는 사람들이 서민들의 생존 문제를 갖고 진지한 토론과 대책을 마련하기를 요구한다.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는 정부를 질타하고 개선책을 만들어 내야 할 곳도 국회다. 어느 때보다 국회의 역할이 절박한 시점이다.
국회법에는 '임기 시작일(5월 30일)'로부터 7일째(5일)에 개원식을 갖는다'고 규정돼 있다. 그들에겐 법을 만들 권한이 주어졌지만 법을 준수할 의무도 있다. 보통 사람들보다 더 엄격하게 준수해야 함은 상식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위법을 하고 생존권을 찾아달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6월 세비는 꼬박꼬박 챙긴단다. 국회의원들에게 지원되는 국민들의 혈세가 6월 한달간 90억원이다. 지금이라도 일터로 돌아가라. 아니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키든지 꼭 받아야 되겠다면 차라리 그 돈을 화물노동자들의 복지기금으로 내놓아라.
최정암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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