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성 초교생 납치살해 범인 윤곽 '오리무중'

수사는 원점서 맴맴

지난달 30일 오전 4시 10분쯤 대구 달성군 유가면 용봉리의 한 허름한 한옥. 단잠에 빠져있던 은정(11)이는 할아버지(72)의 비명 소리에 잠을 깨 옆방으로 달려갔다. 괴한의 폭행에 할아버지는 실신해 있었다. 괴한은 '그만하라'고 울며 매달리는 은정이를 끌고 집 밖으로 나갔다. 새벽녘이었고 그들을 본 사람은 없었다. 아이는 그후 12일 만에 동네 뒷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에도 불구하고 잔인한 살인마의 흔적은 지금까지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 발생 26일째를 맞은 허은정양 납치·살해 사건의 4가지 미스터리를 정리해봤다.

◆범인은 누구?

경찰은 "현재 용의자 10여명에 대해 깊이 있게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당초 유가면·현풍면 등 일대 강도·성폭력 전과자 60여명을 용의선상에 놓고 수사망을 좁혀 나갔다. 이중 10여명은 은정이 할아버지와 개인적인 원한이 있거나 사건 당일 행적이 모호한 인물들이다.

범인은 일단 면식범일 가능성이 높다. 마주앉아서 얘기까지 나눴다는 게 할아버지의 진술이다. 그러나 용의자는 오리무중이다. 사건 재연과 3번의 최면 수사,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했지만 특이점이 나오지 않고 있다.

경찰은 "수사가 진행돼도 용의점이 부각되거나 압축되지 않는다"며 곤혹스러워했다. '키 175cm에 몸무게 80kg가량, 흰색 반팔 티 차림의 30, 40대로 보이는 남자가 은정이네 담장에 기대 집안을 살피고 있었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유일한 단서다. 그러나 이 남자가 용의선상에 오른 60여명에 포함돼 있는지, 아닌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미 유력 용의자도 몇 차례나 뒤바뀌었다.

◆왜 은정이를 납치했나?

경찰은 범인이 처음부터 은정이를 노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측은 "범인이 할아버지를 먼저 깨워 폭행한 점으로 미뤄 개인적인 원한이 있거나 금품을 훔치러 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범인이 다짜고짜 '당신은 좀 맞아야 돼'라고 말했다는 할아버지의 증언 때문이다.

따라서 범인이 현장을 목격한 은정이를 우발적으로 납치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그러나 시신이 알몸으로 발견됐고 성폭행 당한 듯한 정황도 배제할 수 없어 경찰의 수사방향이 틀렸을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은정이네는 월세를 살 정도로 가난했다. 결국 원한 관계로 초점이 모아졌고 관련이 있어 보이는 6, 7명을 수사했지만 현재까지 특이한 행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범행동기를 단정 짓기 어려운 상황이다.

◆범행 수법은?

은정이가 숨진 채 발견된 다음날인 13일 부검을 했지만 사인이 나오지 않았다. 시신의 훼손상태가 심했기 때문이다. 범인이 은정이를 집에서 납치한 뒤 어떻게 야산까지 끌고 갔는지도 미스터리다. 시신은 발이 깨끗한 상태였다. 사건 시각인 오전 4시 25분쯤 은정이네 집 옆에서 '차 불빛을 봤다'는 목격자 진술이 있었지만 집 근처에서는 차량 바퀴 자국이 발견되지 않았다. 범행이 오전 4시 10분~30분쯤 사이에 이뤄졌고, 피랍된 후 어떤 방법으로 살해됐는지도 미스터리다.

◆사건 장기화, 어떻게 풀어가나?

수사는 현재 원점 상태다. 유력 용의자들은 하나둘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고 있다. 경찰은 유가면뿐 아니라 달성군 인접 지역에 대한 광범위한 탐문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현장에서 발견된 모발, 체모 등의 훼손이 커 DNA검사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 검사 결과도 일러야 이번 주말쯤이나 가능하다. 대구경찰청 권혁우 강력계장은 "당초 방향대로 원한관계에 의한 범행으로 보고 탐문수사를 더욱 강화하는 길밖에 없다"며 "40여명의 전담 인력들이 사건 해결에 매달리고 있지만 예상외로 수사가 길어지고 있다"고 했다.

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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