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수용 기자, 버킷리스트 적어 보니…

"상상 속에선 금전적 자유는 무한, 시간적 자유는 영원"

'죽기 전 꼭 하고픈 목록'을 만들면서 철저하게 이기적인 사람이 돼 보자고 다짐했다. 38년 2개월여를 살아오며 부지불식간에 형성된 '환경'과의 작별을 고하자고 했다. 환경은 달걀의 껍질이다. 포근하고 안락하지만 자의로 움직일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무엇을 할 수 있기에 앞서 무엇을 하고픈지조차 모르는 지금, 껍질을 깨고 완벽하게 이기적인 인간이 돼야 했다. 가족을 염두에 두지 않았고, 몸 담은 조직의 요구에 개의치 않아야 했다. 상상 속에서 금전적 여유는 무한이었고, 시간적 자유는 영원했다.

1. 우주 공간에서 지구 내려다보기-몇 해 전 미국을 방문했을 때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아이맥스 영화를 봤다. 우주왕복선에서 내려다 본 지구는 눈물나게 아름다웠다. 영화가 아니라 직접 내 눈으로 꼭 보고 싶다.

2. 바이칼 호수를 지겹도록 바라보기-박범신의 소설 '침묵의 집' 때문이다. 평온한 40대 가장이 일으킨 시간에 대한 반역. "내 생의 마지막에 찾아와서 뒷덜미를 사정없이 후려친 여인, 그녀와의 광포한 사랑에 나는 매일 죽었고, 매일 다시 살아났다." 주인공 김진영의 고백에 등장하는 이 여인 천예린은 바이칼호의 한 섬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는다. 보지 않았기에 보고픈 곳이다.

3.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만나보기-직업 때문이 아니다. 가장 궁금한 인물이다. 행복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4. 나를 미워한 사람들과 이야기하기-때론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상처받았고 그래서 나를 미워한 사람들에게 진심을 전하고 싶다. 그러다가 더 큰 싸움이 날 수도 있겠지만.

5. 태어남과 죽음의 비밀을 알기-앞서 일을 마치면 후회없는 죽음이 올까?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다면.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은 그 비밀을 알았을까?

김수용기자

♠ My Bucket List

▨ 조미향(화가)

1. 시베리아 횡단 열차 타기(9천441km)

2. 히말라야 트래킹하기

3. 아프리카 마을에 우물 파주기

4. 산을 마주 한 소박한 작업실 짓기

5. 그리고 그 작업실에서 놀다가 그림 그리고, 그림 그리다가 놀기

▨ 박진형(시인·도서출판 만인사 대표)

1. 만인시인선 100권 출간

2. 만해의 '님의 침묵' 같은 사랑시집 내는 것

3. 시와 그림으로 문인화전 여는 것

4. 향가 기행 산문집 출간

5. 고향 마을에 소박한 시문학도서관 짓는 일

▨ 박미영(시인)

1. 지구가 깨져도 유효할 좋은 시 한 편 쓰기

2.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 10,000일 기념 번지점프 하기

3. 최소한 다섯 가지 언어, 우리말처럼 익히기(명작들, 원서로 읽고 싶다)

4. 내 요트 갖기(사실은 경비행기 딸린 유럽의 고성(古城) 하나쯤 사고 싶다.)

5. 세계문학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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