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언가를 흥청망청 써버릴 때 흔히 '물 쓰듯 한다'는 표현을 씁니다. 그만큼 물은 우리에게 매우 흔한 소비대상이었죠. 하지만 요즘은 어떻습니까. 돈을 주고 물을 사먹고 있지 않습니까. 물이 돈이 되는 세상이 온 것입니다."
국내 대표적 물 전문학회인 한국물환경학회 회장을 역임한 경북대 민경석(58·환경공학과) 교수는 "가까운 미래의 세계는 물이 세상을 지배하는 이른바 '물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2025년 세계인구 3명 중 1명이 물 기근에 처할 것이라는 UN 세계물위원회의 보고처럼 갈수록 물이 귀해지면서 그 가치가 크게 올라 물과 관련된 산업이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내 물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시장경쟁체제 속에서 외국의 선진기술과 자본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민간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물 산업이 정부·지자체 주도로 이뤄지는 바람에 민간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지 않은 반면 선진국들은 일찍이 민영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로 세계적인 물 전문 기업들을 육성했다는 것.
"세계 최고 물 전문기업인 프랑스의 베올리아와 수에즈 등은 자국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로 세계 물 산업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의 1년 매출은 국내 전체 물 산업 시장보다 더 큽니다. 국내에서도 민간기업이 물 시장에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조속히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민 교수는 아울러 다국적 물 기업의 국내 진출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나아가 세계 물 산업 시장의 확대를 우리 경제의 성장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을 앞세운 다국적 기업들은 FTA 협상이나 상하수도 서비스의 국제 표준화 제정 등과 같은 개방압력을 통해 국내 물 시장 전면진출을 노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물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물 시장 개방을 맞는다면 생활의 기본이 되는 물이 외국자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5월 출범한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물 관리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민 교수는 이와 함께 수량(水量)은 국토해양부에서, 수질(水質)은 환경부에서 나눠 맡고 있는 이원화된 물관리 체계를 서둘러 일원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복투자로 평균 가동률이 각각 48%와 55%에 불과한 광역·지방상수도에서 보듯 혈세 낭비를 막고 양질의 수돗물을 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먹는 물 공급체계의 일원화가 시급하다는 것.
"정부는 부처 이기주의를 버리고 세계적 민간 물 전문기업을 조속히 육성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국가 미래성장전략산업인 물 산업 육성을 더 이상 늦춰선 안 됩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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