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청색 도포 자락을 휘날리는 수문장(?)이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매일 오전 11시쯤부터 2, 3시간씩 경산시보건소 앞에 서 있는 택견 경북도본부 전수관 박훈태(37·경산 계양동·사진) 관장.
뜨거운 여름 태양 아래 '홍길동 복장'을 한 그가 이 같은 퍼포먼스를 하는 것은 한국전통무예인 택견을 널리 알리고 경산에서 택견 후원자를 찾기 위해서다.
"태권도와 택견은 유사점도 있지만 기술이 전혀 다릅니다. 택견은 부드러운 몸동작이 필요한 운동으로 남녀노소가 다 즐길 수 있는 무예입니다." 박 관장은 10여년 전 '홍길동' 드라마가 방영될 때부터 택견 홍보를 위해 이 복장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학창시절 태권도(3단)를 한 그는 1994년 택견을 처음 접했다. 은사 이용복에게 사사하고 인천과 대구에서 후배양성을 하다가 7년 전 경산 전수관을 개관한 것. 같은 길을 걷던 김유화(38·택견 공인4단)씨를 만나 1999년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전국대회장에서 택견인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 '택견 관장 커플 제1호'가 됐다.
그러나 2000년 교통사고로 인해 운동을 중단하면서 전수관 운영도 어려워졌고 부인과도 이혼했다. 두 자녀는 영천 희망원에 맡겨 놓고 3년여 동안 고물상과 신문·우유배달, 퀵서비스 등 온갖 고생을 다하며 인생의 쓴맛을 고스란히 맛보았다.
"제 자식을 돌봐준 영천 희망원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6개월 동안 이곳 원생에게 택견을 지도했죠. 그 중 한 명이 지난 2005년 10월 전국규모 택견대회에 출전해 3위를 차지했습니다." 박 관장은 아이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안겨주면서 자신도 다시 택견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 헤어졌던 부인과도 최근 재결합해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 최근 다시 홍길동 복장을 하게 된 박 관장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6호인 택견을 홍보하고 '우리 것'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그 길을 갈 것이다.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장양숙 시민기자 fn349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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