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 여성인 K씨. 얼마전 그녀는 아침이면 발목이 퉁퉁 붓고 통증이 심해 걸음을 걷지 못할 지경이었다. 오후에는 증상이 조금 나아졌다 다음날 아침이면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녔으나 인대'근육 질환 등 진단은 제각각이었고 치료를 받았지만 차도가 없었다. 그러다가 한의원을 찾은 K씨는 활막염이란 진단을 받고 봉침(蜂針)을 맞은 뒤 깨끗하게 병이 나았다. 관절을 싸고 있는 활막에 염증이 생긴 것을 봉침으로 치료한 것.
벌의 독인 봉독(蜂毒)이 만성 통증이나 관절염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봉침을 맞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벌독은 아민류와 펩타이드의 복합성분으로 구성된 독소다. 한의학계에서 봉침이 치료법으로 본격 등장한 것은 14, 15년전부터다. 방재선(대구시한의사회 홍보이사'한의학박사) 유길한의원 원장은 "벌을 이용한 치료가 기원전 2천년 전부터 동서양에서 시작됐다는 기록이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봉침은 전통적인 치료법의 하나로 전해왔다"고 말했다. 방 원장에 따르면 대구의 한의사 가운데 20~30% 가량이 봉침을 치료법으로 채택하고 있다.
봉침에서 사용하는 독은 꿀벌의 독. 산에 가서 흔히 마주치는 말벌, 장수말벌, 땅벌 등은 매우 위험해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한의학계에서 사용하는 봉침 치료법은 TV 등에서 익히 봐왔던 벌을 잡아 직접 환부에 벌의 침을 놓는 것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민간요법으로 전해 내려오는 봉침술은 벌의 생침을 가져다가 환부에 넣어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봉침 자체에 바이러스나 세균성 감염물질이 묻어 있을 수 있고, 어느 정도의 봉독이 투여되는지 확인이 불가능한데다 불필요한 성분까지 투여되는 위험요소를 갖고 있다는 게 방 원장의 지적.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최근에는 벌에 전기자극을 줘 봉독을 대량으로 배출케 해 채집한 뒤 독을 건조, 분말로 만들어 생리식염수에 희석해 주사제로 만들어 치료하는 봉침요법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2∼3만 마리가 살고 있는 1개 벌통에서 한번에 채집할 수 있는 봉독의 양은 3g 정도. 그만큼 봉독은 비쌀 수밖에 없다.
봉침은 관절염 또는 디스크 환자들에게 주로 쓰이고 있다. 봉독을 피부 또는 피하 부분에 주사하거나 관절에 직접 주입하기도 한다. 이렇게 인체에 들어간 봉독은 백혈구를 증식시키고, 이 백혈구가 염증을 없애는 작용을 하게 된다는 것. 방 원장은 "병원을 찾는 환자 가운데 하루 평균 15명 가량이 봉침치료를 받고 있다"며 "치료효과가 높아 환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했다. 생리식염수와 봉독의 비율을 환자에 따라 1천대 1에서 1억대 1로 희석한 주사제를 놓게 되는데 한 번에 맞는 주사제의 양은 0.2~0.3cc 정도다. 처음에는 봉독의 양을 적게 했다가 차츰 양을 늘려가며 봉침을 맞게 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봉침을 맞을 환자가 봉독 알레르기가 있을 경우에 대비, 면역검사를 통해 봉침을 맞을지 여부를 세심하게 결정하는 것. 방 원장은 "극히 일부 사람 경우엔 봉독 알레르기가 있어 심장에 쇼크를 줄 수 있다"며 "봉침을 맞을 경우 면역검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활막염 경우엔 3~5번 정도 봉침을 맞으면 효과를 얻을 수 있고, 만성적인 디스크나 관절염 경우엔 1주일에 3번씩 2달에 걸쳐 20회 정도를 맞는다. 한번 봉침을 맞는 데에는 봉독 재료비와 봉침시술비 등을 포함해 9천~2만7천원 가량이 든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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