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추석]추석이 더 바쁜 사람들

고향을 찾을 설렘과 반가운 사람들을 만날 기대감에 누구나 들떠있기 쉬운 명절 대목. 그러나 한가위 명절을 맞아 평소보다 몇 배나 더 바쁜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명절 당일에도 당번으로 근무해야 하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과 명절날 0시까지 눈코 뜰 새 없이 움직여야 하는 대형소매점의 택배담당 직원, 포장코너 매니저의 24시간을 들여다본다.

◆신세계이마트 만촌점 택배담당-김경호(30)씨

"4년 째 택배부서에서 일하는 데 이젠 차례를 지내다가 졸아도 어르신들이 웃고 넘기십니다."

김씨의 업무사정을 알기 때문이다. 대개 이마트의 경우 명절 보름 전부터 택배주문이 들어오고 일주일 전부터는 업무가 피크를 치닫는다. 오전 8시에 출근, 밤 12시까지 하루에 100여건의 선물을 각 가정에 배달해야 하는 김씨의 명절연휴는 모자라는 잠을 자는 기간이 된다. 친구와도 못 만난지 오래됐다. 이젠 친구들이 김씨의 일을 이해해줄 정도. 택배가 밀리면 명절 당일 오전까지도 근무해야 한다.

이런 김씨가 4년째 택배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훈훈한 우리네 인정을 확인할 수가 있어서란다.

"아파트 5층까지 선물세트를 지고 올라가면 고맙다며 내미는 음료수 한잔이 참 달콤합니다." 물론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손님이 약도를 잘못 그려 다른 집에 전달한 물건을 다시 찾아 본래의 주인에게 배달한 일, 내용물이 상하거나 깨져 배상하거나 다시 배달한 일 등은 지나고 나면 추억으로 남는다. 이제 김씨는 이마트 택배부서에서는 베테랑에 꼽힌다. 넘쳐나는 택배물건의 수량을 세거나 용차에 배달 동선에 맞게 짐을 싣는 일 등의 노하우는 그를 따를 사람이 없다. 인터뷰 도중에도 그에겐 부서사람들로부터 휴대전화가 수 십 차례나 걸려왔다.

◆북대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김순득(52)씨

"온 가족이 차에 타고 귀성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문득 가족과 함께 귀성하고 싶은 마음이 앞섭니다."

올해로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으로 일한 지 10년째인 김씨는 한가위 당일 근무가 돌아올 때면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라며 먼저 인사를 건네면 "예, 수고하십니다"며 과일이며 떡을 건네는 사람들이 있어 보람도 있다고 했다.

평소 요금수납원이 8시간 근무에 통과시키는 차량은 180~200대. 하지만 귀성 길이 시작되면 250여대까지 처리를 하게 된다. 한 대당 요금을 받아 처리하는 시간은 15~20여초. 주로 "오늘 같은 날 근무하게 돼서 서운하시겠다" 또는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라는 말을 주고 받는다. 특히 명절연휴기간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근무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운전자와 동승가족들은 톨게이트에서 명절의 분위기에 한껏 고취되어"예쁘시다", "차례는 지내고 나왔느냐" 등의 덕담을 주고받는다.

둥근 보름달처럼 마음이 넉넉해지는 한가위. 고향을 찾는 이들은 이미 명절이 시작됨을 느끼게 되는 고속도로 관문에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을 만나게 된다.

◆대백프라자 포장코너-김미옥(45) 매니저

"간단한 리본장식은 약 10초, 두꺼운 마분지로 다시 예쁘게 상자를 만들어 선물을 담는 데는 약 15분정도 걸립니다." 대백프라자 지하1층 입구 왼쪽 3.3㎡ 남짓한 선물포장 코너. 이 곳의 김미옥 매니저는 한가위 명절 약 일주일 전부터는 그야말로 용변을 보러갈 시간도 없이 선물포장에만 몰두해야 한다. 이미 명절 보름 전인데도 그의 가게 앞엔 서너명의 고객이 줄을 서 있다. 김씨가 선물포장을 한 지는 4년.

"주로 따님이나 며느님들이 부모님이나 시부모님의 명절 선물을 사서 포장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명절이 막바지에 오르면 김씨 코너 앞엔 통행이 안 될 정도로 많은 고객들이 줄을 선다. 김씨가 제 아무리 빠른 손놀림을 해도 정성이 담긴 선물을 포장하기 위해선 물리적으로 필요한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명절시즌을 치르고 날 때마다 며칠씩은 눈앞에 선물포장만 하는 환각에 빠질 정도로 포장하는 그의 하루 최다 포장기록은 어림잡아 80여건.

최근 들어 바빠지기 시작한 김씨는 "선물하는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표현하기 위해서라도 섣불리 포장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포장지에서 눈을 뗄 줄 몰랐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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