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아가야! 난 딸처럼 항상 생각한단다"

십 수년 전 결혼을 하고 신혼살림을 시댁에서 했습니다. 지금이야 시어머님과 같이 사는 게 익숙해져 있었지만 그때는 처음 시집을 와서 살림도 모르는데다 아침에 늦잠 자는 게 익숙해져 있어 시어른들은 아침 7시만 되면 진지를 드시니 매일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시어머님께서 항상 밥을 지어 놓고 기다리셨습니다. 죄송하기는 하지만 일어나는 습관이 한순간에 달라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지만 몇년동안은 거의 대부분 늦잠을 잔 것 같습니다.

그때 시어머님께서 그러셨습니다. "좀 더 자거라. 아침은 내가 할 테니." 그런데 이 말이 시어머님들 거짓말 순위 5위에 올라온 유명한 말이라고 합니다.

시어머님들의 거짓말 4위는 "내가 며느리 땐 그보다 더한 것도 했다." 3위 "내가 얼른 죽어야지 니들이 편할 텐데…" 2위 "생일상은 뭘, 그냥 대충 먹자꾸나." 1위는 "아가야! 난 널 내 딸처럼 항상 생각한단다"라고 합니다.

정말 저 말들 우리 시어머님이 자주 하시는 말씀입니다. 저 말들 그대로 안 믿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신날에는 주로 이모님들과 이모부님들 모두 초청하여 식사를 하고 즐거이 보냈거든요. 앞으로도 절대로 어머님 말씀을 그대로 믿으면 안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시어머님 저에게 싫은 내색 한번도 안 하시는걸 보면 대단하시죠? 동네에선 고부간에 같이 살면서도 사이가 좋다고 저보고 대단하고 합니다. 사실 저보다 제가 첫 며느리라 초보시어머니 노릇하시는 시어머님이 더 힘드셨을 겁니다.

차우선(대구 북구 읍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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