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관절염 수술을 받은 뒤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이원호(71·대구 달서구 성당동) 할아버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아찔한 경험을 한다. 친구들이 모이는 두류공원으로 가는 동안 차도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전동휠체어에 경적을 울리거나 위협운전을 하는 운전자들이 많다. 이 할아버지는 "인도를 이용하고 싶어도 보도블록이 울퉁불퉁하고 경계턱이 높아 탈 엄두를 못 낸다"고 하소연했다.
전동휠체어가 지체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의 이동수단이 되고 있지만 교통사고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전동휠체어는 도로교통법상 '보행자'로 규정돼 있지만 불편한 인도 구조 때문에 차도로 내려와 차량들과 함께 달리고 있는 게 현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구시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대구에는 장애인들의 전동휠체어 등록대수는 955대. 여기에 일반인들의 전동휠체어까지 합치면 전체 숫자는 2천~3천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 보건위생과 윤산나 보장구 담당은 "2005년부터 장애인에게 전동휠체어 구입 보조금이 신설되면서 이용자들이 많이 늘었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도 효도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전동휠체어는 160만~250만원에 팔린다.
전통휠체어가 늘어나는 만큼 크고 작은 교통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차량운전자 이모(43)씨는 지난주 한 네거리에서 우회전을 하다가 전동휠체어와 부딪혔다. 다행히 살짝 부딪혔지만 조금만 늦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이씨는 "전동휠체어가 너무 낮아 룸미러로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역주행을 하거나 도로를 가로질러 달리는 등 전동휠체어 사용자들의 부주의한 운전 습관도 사고 위험을 키우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전동휠체어 접촉 사고가 자주 일어나 사용자들에게 도로 이용은 불법이라는 점을 홍보하고 있다"면서도 "사용자 대부분이 노약자들과 장애인들이라 단속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구장애인연맹 서준호 간사는 "도로 시설이나 사전 운전교육이 선행되지 않아 장애인·노약자들이 약간의 이동 편의를 얻는 대신 더 큰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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