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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관의 시와 함께] 늙은 말잠자리의 고독/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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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희어지는, 백로(白露)도 지난 늦가을 연못을, 철지난 말잠자리가 날아다닌다. 텅 빈 연못을 혼자서, 혹시 살아남은 말잠자리가 있나 하고, 지나온 길도 다시 가보며, 회백색 갈대꽃들이 시드는 연못 가장자리로 날아다니는 늙은 말잠자리의 고독은, 아마 당신이 말잠자리가 되어 몸소 날아다녀봐야 알 수 있으리.

여섯 개의 쉼표가 감당하는 단 두 문장의 시. 뒤가 무거워지는 의미구조의 이 시가 궁극적으로 전하려는 것은 '늙은 말잠자리의 고독'인가. 늙어서는 젊음을 알 수 있지만 젊어서 늙음을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중얼거리는 말잠자리의 중얼거림!

그렇구나, 말잠자리의 희끗희끗한 귀밑머리는 이슬 때문에 희어지는구나. 의지하던 마누라, 장기바둑 두던 친구들 다 보내고 앞산공원 가로등 아래 밤이슬 맞으며 화투장을 쪼고 있던 우리 옆집 그 노인네. 날개 접은 잠자리처럼 하루하루 몸은 닫혀 가는데 어쩌자고 붉은 욕망은 더욱 붉어지기만 하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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