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 오전 11시 KBS1 'TV쇼 진품명품'방영을 계기로 고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고미술품의 일부 거래는 재력 있는 수집가의 호사가 아니면 전문 문화재 매매인들 간의 일로 치부되면서 '불법'이나 '뒷거래' 또는 '가진 자들의 재산 은닉수단'이라는 꼬리표가 따랐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빛바랜 문인화 한 점, 녹 슨 방짜 곰방대, 볼품없는 서첩일지라도 "남이 가지질 않은 것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 생활 속 작은 호사나 취미의 측면에서 고미술품 수집이 각광을 받고 있다.
◆야누스적 두 얼굴-우연히 생긴 고서적 20배 넘는 가격으로
'골동품'이라고도 불리는 고미술품에는 본래의 형상 말고 감춰진 두개의 얼굴이 있다. 하나는 옛 사람의 풍류와 품격과 만날 수 있는 개인적 호사라면 다른 하나는 우연히 얻게 되는 횡재성 재산증식수단이다.
근'현대 문인화가인 묵노 이용우가 버드나무와 새를, 청전 이상범이 괴석을 그린 후 서예가 성재 김태석이 화제(畵題)를 붙인 채색 합작도 한 폭을 소장하고 있는 J씨. 당대의 예인 3인이 한 자리에서 각자의 기예를 한 그림에 쏟아 부은 20호 크기의 문인화 합작도를 볼 때마다 J씨는 그림의 경계를 넘어 '작품을 완성할 당시 그들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어떤 이유로 의기투합해 이 그림을 그렸을까'등을 곰곰이 생각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들의 대화에 끼여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즐거움에 휩싸인다. 작품을 통한 말없는 대화가 4인의 담론으로 이어지는 시간은 소장자에겐 그림 그 이상의 호사가 된다.
퀴퀴한 촉감과 오랜 묵향이 좋아 옛 서적에 관심을 가졌고 한 권 두 권씩 모으기 시작한 K씨. 우연히 손에 넣은 서적 한 권을 수년간 서고에 뒀다가 경매에 내놓은 적이 있다. 감정결과 조선 성종의 친형이었던 월산대군의 문집(보물급)으로 밝혀지면서 구입가의 20배가 넘는 값을 받아냈다. 단순했던 고미술품 수집취미가 재산증식의 수단이 된 순간이다.
◆취미를 가지려면-소품 위주로 수집 '나만의 애장품으로'
고미술품은 기본적으로 희소가치가 있어 보존 또는 미적 감상의 대상이 되면서 특별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따라서 과도한 욕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때론 천착하게 된다. 특히 수집가가 예술적인 안목이 생김에 따라서는 더욱 깊이 빠져들 수도 있으며 재력이 따르면 횡재성을 노려 고가의 고미술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초심자의 경우는 전시회나 고미술품 가게를 둘러보면서 자신에게 먼저 와 닿는 것부터 가볍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소품을 위주로 한 관심과 수집이 그만큼 실패할 확률이 적다. 경제력에 맞춰 조선시대의 보잘 것 없는 화병을 몇 만원에 구입해 거실 꽃병으로 활용한다든지, 옛날 밥상으론 전화받침대로 이용하다 보면 그 물건에 점차 정감이 생기고 애정이 가면 그것이 바로 돈으론 따질 수 없는 '나만의 애장품'이 될 수 있다.
◆구입요령-쉽게 되팔 수 있는 물건에 주목할 것
고미술품 시장에도 기본적인 가격대가 형성돼 있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시장형성은 서울이 중심적이며 최근의 경기불황 영향으로 고가보다는 저가 물건의 거래가 더 활발하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고미술품 거래의 특성 중 하나는 필요한 사람에겐 비싸게 팔리지만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물건의 진가에 대해 서로 모를 땐 의외의 싼 값에 매매가 이뤄지기도 한다.
30년째 고미술품을 취급하고 있는 김동일(동원화랑 대표)씨는 "고미술품에 관심이 있다면 우선 사람을 잘 만나라"고 조언했다. 그는 물건은 진품을 구입하되 되도록 싸게 살 것이며 쉽게 되팔 수 있는 환금성 좋은 물건에 주목할 것을 더불어 당부했다. 또한 많은 발품을 통해 믿을 만한 상인과 인간적인 친근감을 쌓고 고가 물건을 구입할 땐 '진품이 아니면 변제할 조건을 달 것'을 덧붙였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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