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가를 이루다]중국어 방문 교육업체 '라이라이' 창업자 박규열씨

중국어 강사가 가정이나 직장을 방문, 중국어를 가르치는 것으로 유명한 '라이라이(來來·LAI LAI)'는 대구에서 태어나 전국을 석권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업체다. 2002년 처음 출발할 때엔 전국에 지사가 14개, 회원수가 1천500명 정도였으나 이제는 지사가 50여개, 회원은 6천여명으로 급성장했다.

'라이라이'를 만든 주인공은 대구 중구 봉산동에 본사를 둔 (주)북방교연 박규열(40) 대표이다. 1986년 교교 2학년 때 중국어와 첫 인연을 맺은 그는 22년만에 우리나라에서 첫손 꼽히는 중국어 교육업체를 경영하는 CEO가 됐다. 중국어와 함께 달려온 박 대표의 지난 20여년간의 삶을 되돌아보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 앞에는 불가능은 없다"는 말이 결코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고교 2학년 때인 86년부터 중국어를 배웠어요. 그 무렵에는 우리나라와 중국이 수교를 맺지 않은 상태였는데 인척이던 대만분으로부터 직접 중국어를 배우게 됐습니다." 대만에 유학, 동양철학을 전공하면서 중국어와 더욱 친숙해졌다. 88년에는 경북대 중어중문학과 1회 졸업생인 친형이 대구 중구 종로에 '타이완중국어학원'을 열었다. 우리나라에서 문을 연 중국어학원으로는 1호라는 게 박 대표의 귀띔. 대만에서 돌아와 군대를 다녀온 그는 93년 형이 유학을 떠나면서 학원을 물려받게 됐다. "92년에 우리나라와 중국이 수교를 한데다 대륙지향적이고 도전적인 정신을 담기 위해 학원 이름을 타이완에서 '북방(北方)'으로 바꿨어요. 그 무렵 학원생은 100명에 불과했지요."

중국어학원을 시작하면서 박 대표는 시장에 제대로 된 중국어 교재가 전무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됐다. "일부에서는 무모하다고 말렸지만 직접 중국어 교재를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중국에서 쓰는 컴퓨터를 사왔지요. 중국어에 쓰이는 간자체를 워드로 칠 수 있는 컴퓨터가 국내에는 없어 중국에서 컴퓨터를 가져온 것이지요." 이렇게 해서 중국어로 한줄을 쓰고, 그 밑에 우리말 해석 한줄을 쓰고, 중국어 발음을 위한 영어 한줄을 쓰는 식으로 직접 교재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중국어 교재는 국내에서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고, 황당한 에피소드도 낳았다. "어느 날 중국어 워드로 간자체를 쓸 수 있는 컴퓨터를 도둑맞았어요. 아마 누군가 어떻게 교재를 만들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컴퓨터를 가져간 것으로 추정되더군요. 도둑맞은 컴퓨터는 열흘 후 죄송하다는 편지와 함께 학원으로 돌아왔습니다."

1999년 박 대표는 중국어학원의 진로를 두고 고민했다. 학원을 더 늘리는 하드웨어에 치중하느냐, 아니면 중국어 교재를 만드는 소프트웨어에 중점을 두느냐하는 문제였다. "그 무렵만해도 대다수 중국어 학원들은 중국에서 가져온 책을 번역해서 교재로 사용했어요. 그렇다보니 한족의 우수성을 강조하거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필요하지도 않은 단어가 들어가 있는 등 교재에 문제가 적지 않았어요.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한 끝에 제대로 된 중국어 교재를 만들어 보자고 결심했지요."

3년간의 부단한 노력 끝에 박 대표는 모두 60종에 이르는 중국어 교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5~9세, 9~15세, 15~성인 등 연령별로, 또 초급·중급·고급 등 능력별로 필요한 교재를 만들다보니 그 종류가 60여가지나 됐다. 그가 만든 중국어 교재는 질적인 측면에서도 뛰어났다. "교재에는 마린 등 주인공 8명이 등장, 중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등 직접 현장에서 부딪히는 일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중국어를 배우도록 돼 있지요. 교재에 나오는 천안문광장과 같은 그림은 직원을 중국에 직접 보내 살펴보게 한 후 그리도록 했어요. 어린 시절 딱지치기를 하던 것을 떠올려 중국어가 적힌 딱지를 만들어 어린이들이 딱지를 치며 단어를 외울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박 대표가 만든 교재는 중국에 사는 외국인 자녀들을 가르치는 중국국제학교가 교재로 채택할 정도가 됐다. 교재를 본 중국인들이 "훌륭하다"고 격찬할 정도였다.

빼어난 중국어 교재라는 소프트웨어를 갖춘 박 대표는 2002년 중국어 강사들이 집이나 직장을 찾아 중국어를 가르치는 '라이라이'를 설립했다. 6년만에 대리점 형식으로 운영되는 '라이라이'의 전국 지사는 50여개로 늘어났고, 박 대표가 교재를 공급하고 강사들에게 교수법을 가르치는 지정캠퍼스도 40여개에 이르고 있다. 전문학원 7곳을 더할 경우 박 대표와 직·간접으로 인연을 맺고 있는 곳이 100개에 이른다. 라이라이 회원은 5살 꼬마부터 80대 어르신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가 만든 교재 가운데에는 한해 1만5천권이 팔리는 베스트셀러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어를 배우기가 어렵지 않느냐고 걱정하는 데 대해 박 대표는 "부쓰(不是·중국어로 아니오라는 뜻)"라고 답했다. "배워보지 않고 지레짐작으로 중국어가 어렵다고 얘기하는 것 뿐이지요. 중국어는 단어가 2,3음절이어서 외우기 쉽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미 한자를 많이 아는데다 남성·여성의 변화가 없고 문법도 단순해 배우기가 결코 어렵지 않아요. 성인 경우 1년만 열심히 배우면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합니다."

일부에서 '중국어 열풍'이라고 하는 데 대해서도 박 대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중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 배우는 학교가 매우 적은 실정이지요. 서울이나 경기지역 경우엔 중국어의 제2외국어 채택비율이 50%에 이르는 반면 대구 경우엔 한자릿수에 불과합니다. 경제·관광 등 중국과의 접촉이 갈수록 늘어나는 만큼 중국어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더 높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어려서부터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는 박 대표는 "중국어 교육업체를 경영하고 있지만 사업가로서 보다는 좋은 교재를 만드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만든 교재로 중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저를 보면 '좋은 책을 많이 만들어달라'고 부탁을 많이 하시더군요. 요즘도 교재를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지요. 국제화의 한 도구라 할 수 있는 중국어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생각입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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