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불과 1년 전인 2007년 10월 17일만 해도 사람들은 오늘의 상황이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부동산경기가 예전보다 다소 나빠지는 것이 꺼림칙했지만 펀드가 엄청난 수익을 내주고 있었고 코스피지수는 전인미답의 2,000을 밟으면서 주식계좌 수익률은 '탄탄대로'가 열릴 것 같았다.
하지만 그리 길지도 않은 세월, 1년 사이에 세상은 얼굴을 180도 바꿨다. 주가는 대폭락, 깡통이 된 계좌가 속출했고 해외여행은커녕 물건 사기가 두려울 만큼 원화값이 급락했다. 게다가 부동산 경기는 봄을 예견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겨울잠에 빠졌다. 불과 1년인데 이렇게 많은 일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천당에서 지옥으로
꼭 1년 전인 지난해 10월 17일 코스피지수는 1,983.94였다. 이미 2,000을 밟은 터였고 잠시 숨고르기를 한 수준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불나방처럼 은행·증권사 창구로 몰려가 "펀드 주세요"를 외쳤고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휴대전화 또는 회사 컴퓨터 모니터 한쪽에 창을 몰래 열어 '매수' 주문을 냈다. 펀드수익률 100%를 자랑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고 증권사 직원들의 대박 인센티브 얘기가 술집 안주로 떠올랐다.
그리고 약 열흘 뒤인 그해 11월 1일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인 2,085.45라는 지수를 쏘아올렸다. 그러던 주가가 슬금슬금 내렸다. 그래도 사람들은 놀라지 않았다. '경제대통령'을 내건 이명박 당선자는 취임하면 주가가 3,000 아니 4,000까지 갈 것이라고 희망을 줬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 뒤 코스피지수는 3월 들어 1,600선으로 밀려났다. 5월 봄바람을 타고 1,900 코앞까지 갔던 코스피지수는 또다시 내려앉더니 8월 말엔 1,400까지 밀려갔다. 9월 미국 투자은행이 파산하면서 지수는 급락을 거듭해 지수는 무려 1,200대 초반까지 빠졌다.
◆공포의 달러값
지난해 10월 17일 원/달러 환율은 918.4원으로 마감했다. 이때만 해도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을 모두 걱정했다.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느니,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환헤지를 해야 하느니 따위의 의견이 대다수였다.
그랬던 환율이 3월 들어 얼굴을 바꾸기 시작했다. 수출 드라이브를 위해서는 고환율이 낫다는 이명박 정부의 판단도 한몫했다.
그래도 당시만 해도 환율이 급등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5월 들어 환율은 1천원대에서 고착되기 시작했다. 8월까지 1천원대에서 횡보하던 환율은 9월 들어 갑작스레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고 미국 대형 투자은행의 파산은 기축통화인 달러화 사재기를 불러왔다. 환율은 순식간에 폭등했다. 1,500원대까지 내달리기도 했다.
환율상승은 물가를 급등시켰고 소비를 억눌렀다. 매출 감소를 모르던 대형소매점마저 물가가 오르니 매출이 준다고 하소연했다.
환율상승은 원자재 가격 압력도 가중시켜 기업의 주름살을 늘렸고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대 수준의 경상수지 적자도 낳았다. 외환위기 이후 건전한 가계부를 꾸려왔던 대한민국이 적자 가계부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 더 깊어진 부동산 미분양의 늪
2007년 가을, 대구 부동산 시장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그해 1월 참여정부의 '종합판 부동산 규제책'이라 불리는 '1·11 대책'이 발표되면서 분양 시장에서 청약률 '0' 아파트가 등장하고 기존 아파트 거래도 사라진 탓이다.
이에 따라 아파트 가격은 내리 하락세를 보였고 사기만 하면 돈이 됐던 아파트는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계약금을 포기한 '마이너스 매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2월 대선이 가까워져온 때문에 시장에서는 '희망'의 기대감이 조금씩 움트기 시작했다.
이명박 신정부가 들어서고 시장 경제 논리에 따라 불합리한 부동산 규제책이 사라지면 침체된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었다.
실제 대선이 있은 12월 대구 아파트 거래량(분양권 포함)은 4천709건으로 2007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2008년 1월에는 5천600건을 기록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신정부를 향한 부동산 시장의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기다렸던 부동산 대책은 나오지 않고 미분양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지방 부동산 시장은 '고사' 직전 상황까지 내몰린 때문이다.
2007년 12월 기준으로 1만2천가구였던 대구 미분양이 올 6월에는 2만800가구로 8천 가구가 급증했다.
정부는 8월 이후 지방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와 고가주택 기준 상향, 양도세율 인하 등 각종 처방을 내놓았다.
그러나 미국발 경제 위기와 이에 따라 10%에 이른 주택담보 금리, 경기 후퇴설에 따른 심리적 위기감 등으로 활성화 대책은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 국제유가 내려도 기름값 그대로
국제유가는 올 상반기내내 한국 경제를 목졸랐다. 가을 들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지난해 수준만큼 내려가지는 못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주유종합시스템(오피넷)에 따르면 17일 대구지역 휘발유와 경유 평균가격은 ℓ당 각각 1천686원, 1천625원이다. 지난해 같은 날 휘발유와 경유는 각각 1천561원, 1천323원이었다. 1년 사이 대구지역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각각 ℓ당 125원, 302원 오른 것이다.
하지만 국제 유가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하락했다. 17일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61.31달러로 지난해 같은 날에 비해 17.06달러 내렸다.
대구지역 기름값은 올 상반기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상승을 거듭했다. 지금은 하락추세이지만 지난해보다 여전히 비싸다.
지난해 10월 17일 대구지역 휘발유가격은 1천561원이었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11월 23일 1천601원, 올해 4월 25일 1천713원으로 상승세를 시작했다. 그 뒤 불과 한달만인 5월 23일 1천833원으로 1천800원대를 돌파했다. 이어서 6월 13일 1천908원을 기록한 뒤 7월 18일 1천935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상 초유로 치솟은 기름값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공무원 승용차 홀짝제를 비롯해 각종 비상대책이 강구됐다. 아파트단지 주차장에 먼지투성이의 자가용이 줄지어 서있는 풍경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기름값이 급등한 것은 중국 등의 급속 성장에 따른 수요 증가와 투기세력 가세 때문. 하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경기 하강에 따른 수요 감소에다 역시 더 이상 돈이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투기세력 이탈이 주 요인이다.
주유소협회 대구지회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환율이 급등하고 있어 좀처럼 기름값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원/달러 환율이 떨어져야 대구시내 휘발유값이 작년 수준인 1천500원대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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