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약이 되는 의료상식]당뇨와 발기부전

"당뇨병이 발기부전을 유발한다고요?"

14일은 UN이 정한 '세계 당뇨의 날'이다. 그런데 당뇨병이 만병의 원인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발기부전까지 일으킨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사실 발기부전은 당뇨환자의 35~75% 정도에서 발생할 정도로 흔한 합병증이다. 당뇨병을 앓기 시작한 뒤 10년 내 발병하는 게 보통이고, 당뇨가 없는 사람보다 훨씬 일찍 나타난다. 심지어 당뇨의 첫 증상으로 발기부전이 발병하는 경우도 당뇨 환자의 12%나 된다고 한다.

당뇨 환자에게 발기부전이 나타나는 이유는 혈관과 신경계 이상, 약물 투여, 심신 피로 등 복합적이다.

특히 당뇨 합병증으로 음경 혈관과 음경을 지배하는 신경에 문제가 생겨 발기부전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당뇨 환자의 해면체 내에 약물을 넣은 뒤 음경복합도플러 초음파 검사를 하면 75% 이상에서 음경혈관 이상 소견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는 당뇨가 음경발기조직인 음경해면체에 변성을 일으켜 발기력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발기 상태 유지를 어렵게 만들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혈당이 지속되고 체내에 산화물질이 증가하면서 음경 미세혈관의 내피세포에 변성이 일어나고 혈관경화증이 나타난다는 것.

또 해면체 조직의 평활근 양은 감소하고 콜라겐 섬유는 늘어나 발기 때 음경 내 혈류 유지를 어렵게 만든다고 한다. 당뇨 합병증에 따른 신경병증은 말초신경계에 잘 나타나는데, 특히 발기에 관여하는 자율신경의 경우 길이가 길기 때문에, 당뇨성 자율신경병증 중 가장 빈번하고 일찍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기부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신경인성 병인인데, 신경말단에서의 산화질소 분비 저하로 발기부전이 반드시 나타난다는 것이다.

문기학 영남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상당수 당뇨 환자의 경우 당뇨와 그 합병증에 따른 심리적 저하, 우울증, 생활방식 변화 등으로 발기부전, 특히 성욕 저하를 일으키기도 한다"며 "당뇨 환자들이 당뇨 및 합병증 치료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중 고혈압 치료약, 이뇨제, 향정신성 및 항콜린성 약물 등 상당수가 발기력 저하와 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당뇨 합병증으로 발생한 발기부전은 다른 원인으로 인한 발기부전보다 치료가 더 어렵다고 한다. 문 교수는 "당뇨로 인한 발기부전은 혈당을 조절하는 게 우선이고, 그 다음으로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를 사용해야 한다"며 "경구용 치료제에도 반응하지 않으면 음경해면체에 발기 유발 주사제를 환자가 직접 주사하는 방법이 있고, 이마저도 통하지 않을 경우엔 음경보형물삽입술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호준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