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뭉친 거친 도전을 실내 암장이 아닌 자연암벽에서 바로 즐긴다는 거죠."
단풍으로 온통 붉게 물든 만추의 가을 산은 짝사랑과 닮아있다. 자꾸만 그곳에 달려가고 싶어 안달이 난다. 평일과 주말에도 어김없이 산을 찾는 사람들. '산사나이'불리는 전문 클라이밍 '산 꾼'을 만났다.
1998년에 창립된 팔공클라이밍(회장 정희두)의 박정오(57) 부회장. "팔공만의 자랑이라면 단연 자연적응력을 꼽을 수 있죠."
창립 10년이 된 팔공클라이밍은 회원 3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초창기 멤버. 재활목적으로 시작해 클라이밍에 입문한 지 18년째. 등반기술과 노하우를 회원들에게 끊임없이 지도하는 등반대장을 맡고 있고, 실질적으로 회원들을 독려해서 장거리 산행도 계획하는 팔공의 지킴이다. 꾸준한 운동 결과 암벽화만 착용하고 슬랩 등반을 아무런 장비 없이 오를 수 있는 실력. 틈틈이 시간을 쪼개 암사모(바위를 사랑하는 모임)의 클라이밍을 지도하고 있기도 하다. 사진촬영도 수준급.
"쉬운 곳부터 서서히 선등을 해보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추락을 해보지 않고 할 수 있는 등반은 없으며, 추락을 하면서 적응이 되고 적응이 되면서 실력이 향상되는 겁니다."
흔히 위험하고 겁없는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운동으로 인식되는데, 철저한 대비책이 필수다. "항상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되, 자만하지 않고 정석대로 한다면 암벽등반의 묘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했다.
2명 이상의 등반조를 구성하여 선등자와 후등자가 교대로 확보를 봐주면서 서로의 안전을 도모하게 된다. 선등자는 등반 중 추락시를 대비하여 확보물을 설치하거나 고정된 볼트 하켄 등을 이용하여 카라비너를 건 다음 로프를 통과시키면서 오르게 된다. 등반의 장비와 사용법은 필수. 로프에 생명을 매는 운동이다 보니 상대를 믿지 못하면 맡길 수도 없는 확보(빌레이)를 통해 서로의 친밀감과 동료애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루트를 선택하거나 과소평가하여 무리한 등반을 하게 되면 추락에서 오는 공포심과 그로 인한 의욕상실로 오르는 기쁨을 느낄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자기 실력에 맞는 적당한 루트를 선택하고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모범적인 행동을 해야 합니다."
대구근교에 연습할 만한 장소로 연경동, 동봉의 슬랩 암장, 실내암장 등이 입소문을 타고 동호회원들의 발길을 잡는다. 등반을 하고 내려오다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소리로 피로를 씻어내기도 하고, 파전을 곁들인 동동주와 걸쭉한 탁주의 알싸한 맛은 어느 것과도 비교될 수 없는 쾌감을 가져다준다.
글·사진 김태양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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