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입주해보니 계약과 달라" 단지마다 민원 쏟아진다

미분양 피하려 '원금보장' 등 각종 혜택 과다홍보

올해 대구에서 3만가구가 넘는 최대 규모 아파트 입주가 진행되면서 계약조건을 둘러싼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마이너스 프리미엄 아파트가 속출하면서 분양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내놓은 각종 계약조건 이행을 둘러싸고 시공사와 입주민들 사이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분양 때 약속한 시공은

이달 입주를 시작한 서구 중리동 L아파트 단지. 입주민 Y씨는 사전 점검을 위해 아파트를 찾았다가 분통을 터뜨렸다. 21개동 2천가구로 구성된 대단지에 유독 자신이 계약한 동에만 지하주차장에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가 없었기 때문이다.

Y씨는 "당연히 지하층에서 엘리베이터가 연결되는 줄 알고 있었고 시공사도 분양 당시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며 "시공사에 내용 증명을 보냈지만 시간만 끌뿐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성구 시지에 H아파트를 분양받은 L씨는 입주가 이미 시작됐지만 잔금 납부를 거부하며 시공사와 몇 달째 지루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분양 때 설명과는 달리 자신이 분양받은 동의 아파트 1층 필로티 높이가 3m나 낮게 시공된 것. L씨는 "계약 직후 시공사가 필로티 높이가 낮다는 안내문 하나만 달랑 보내왔다"며 "필로티 높이가 낮아 일조·조망권이 나빠진다는 것을 알고 계약 해지를 요구했지만 안내문으로 고지를 했기 때문에 해약 사유가 안된다는 주장만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계약 조건은 시공사 마음

달서구 상인동 D아파트 최상층을 일반층 분양가보다 5% 비싸게 주고 계약한 S씨도 아파트만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S씨는 "차별화된 시공을 한다며 1천500만원에서 3천만원씩 최상층 분양가를 높게 받았지만 입주를 해보니 별반 다를 게 없다"며 "층높이가 70cm 높다고 했는데 우물형 천정으로 일부만 높고 전등 등 마감재도 일반층과 동일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수성구에서 최근 입주를 시작한 S아파트 일부 계약자들은 아파트 '시세'를 두고 시공사와 다툼을 벌이고 있다. 시공사가 일부 계약자를 대상으로 입주 때 아파트 가격(시세)이 분양가 이하로 떨어지면 손실금액을 보전해주는 '원금 보장제'를 내걸었지만 약속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서이다.

계약자 K씨는 "시공사가 모 부동산 정보 사이트 가격을 기준으로 원금보장제를 내걸었지만 유독 이 사이트 가격만 시세가 분양가를 유지하고 있으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늘어나는 입주 분쟁

입주 분쟁은 시공사들이 계약률에만 매달린 채 분양 아파트에 대해 과다 홍보를 했기 때문. 우선 팔고 보자는 판단에서 입주 시점에 제기될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주택경기 침체도 한 몫을 한다. 대다수 입주 아파트 가격이 내려가면서 가뜩이나 재산 손실을 입은 피해 계약자로서는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시공사는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문제가 있는 한두 집 계약해지를 해줬다가 소문이 나면 집단 해약 요구로 번질 수 있다"며 "주택경기가 좋을 때면 몰라도 요즘은 해지 요구가 너무 많아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계약 및 분양 자료를 반드시 챙겨놓고 사전 입주점검 때 꼼꼼히 확인을 해야 한다"며 "문제가 생기면 내용증명 등을 발송해 정식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법적 대응까지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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