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내 야산에 호랑이를 방사한다?

경기 연천군 흥미로운 계획

남한에서도 야생에서 호랑이를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경기도 연천군이 지난 9일 흥미로운 계획을 하나 발표했다. 러시아에서 백두산 호랑이와 같은 종인 시베리아 호랑이 6마리를 내년에 들여와 고대산 특구에 마련한 호랑이 보호 방류장에서 야생상태로 사육한다는 것이었다. 이 소식에 전해지자 '민족의 영물을 볼 수 있게 됐다'는 기대와 함께 '지리산 반달곰처럼 실패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호랑이 방사에 대한 기대와 우려

연천군은 시베리아 호랑이 도입을 한국호랑이보호협회와 공동으로 진행한다. 지난 8월 협회의 제안에 연천군이 호응하면서 이뤄진 사업이다. 다음달 러시아 동물보호협회와 관련 협약을 맺고 이후에 수입 절차를 진행한다. 연천군 정책개발과의 담당공무원은 "내년 3월 우선 3마리 정도를 풀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나머지 3마리는 11월쯤 들여올 예정. 국내에 반입된 시베리아 호랑이는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 고대산(해발 832m) 평화체험특구 예정지의 보호 방류장에서 야생상태로 사육된다. 규모는 6천600㎡. 안전을 위해 이중펜스를 설치할 예정이다. 여기에 예산 4억원이 들어간다. 연천군은 한국호랑이보호재단을 설립해 기금을 조성해 사업을 계속 진행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호랑이 전문가인 임순남 협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동물이면서도 정작 국내에는 존재하지 않아 안타까웠다"며 한국 호랑이의 존재를 국제학계에 알리겠다고 했다. 군과 협회는 호랑이해인 2010년 1월 1일에는 'DMZ 한국 호랑이의 날'을 제정해 다양한 기념 행사도 열기로 했다.

일제의 민족정기 말살정책으로 사라진 백두산 호랑이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소식은 우선 반갑지만 사업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각이 많다. 다 자란 시베리아 호랑이 수컷은 활동 범위가 400㎢에 이른다. 연천군 보호지는 계획대로 추가 영역이 확보될 경우 0.66㎢(66만㎡)에 불과하다. 호랑이가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한 먹이가 부족할 수도 있다. 최근 발표된 비무장지대(DMZ) 생태계 현장 조사 결과에서도 포유동물이 드물어 연천군의 계획이 좀 더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했다. 폭이 좁고 동서 길이가 긴 지역이라 호랑이 보호에 적합하지 않고 호랑이 서식에 필요한 먹이 밀도도 파악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경우 호랑이가 농가로 내려올 수도 있고 사람을 습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북대 수의과대학 이근우 교수는 "활동 반경이 굉장히 넓은 호랑이에 맞는 환경이 안 될 것 같다. 사육장에서 키우는 것보다 넓지만 자연에서 방목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보았다. 서울대공원의 맹수 담당자도 "야생에는 호랑이가 먹을 게 제대로 없다. 다쳤을 경우 치료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의 시각을 보탰다. 도약력이 좋은 호랑이가 펜스를 뛰어넘을 가능성도 있다. "동물원을 탈출한 맹수들은 대부분 사살된다"며 이를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호랑이協 "20년간 검증된 결과 있다"

한국호랑이보호협회 임순남 협회장은 이런 우려에 대해 "호랑이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의 시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러시아나 중국에서 지난 20년간 호랑이를 풀어 키워 왔다. 아무 걱정할 것 없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러시아 연해주의 우수리스크에서도 좁은 구역에 호랑이를 방목하면서 "4마리밖에 못 산다"고 했지만 현재 10여마리가 살고 있다. 호랑이들이 갖가지 우려 속에서도 자연에 적응해 생존했다는 얘기다.

임 회장은 먹이나 안정성 문제도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야생성을 유지하며 생존하는 데 가장 필요한 먹이는 보호구역 내 감시카메라 등을 통해 관찰하며 먹이의 개체수를 조절해 줄 수 있다. 그는 "발굽이 있는 동물을 1년에 300마리만 유지해 주면 된다"고 했다. 인명 살상의 가능성도 없다고 했다. 각 동물원에서도 이중삼중의 보호장치를 통해 관람객을 보호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그는 "야생성이 있는 호랑이도 절대 사람은 안 해친다. 우수리스크에서도 호랑이에 의한 농가 가축이나 인명 피해가 없었다"며 자신있어했다.

한국에 아직 호랑이가 서식해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야생호랑이·표범 보호보존연구소 소장을 겸하고 있는 임 회장은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최소한 10여마리의 호랑이가 남한에 살고 있을 것"으로 보았다. 표범의 흔적도 끊이지 않고 발견되고 있다. 그는 "남한에 호랑이와 표범이 살아 있고 북한에도 공식적인 발표는 없지만 호랑이의 생존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이들의 보호를 위해서는 국가 간의 국경선인 DMZ 철책선에 동물의 이동통로를 열어줘 근친번식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백두산 호랑이는 물론이고 한국 표범(아무르 표범)과 늑대를 방목하려는 노력은 있었지만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 2001년부터는 국내산 반달가슴곰을 풀어 놓기 시작했지만 그리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그만큼 야생동물 복원이 험난하다는 방증이다. 임 회장은 "시베리아 호랑이 방목은 러시아에서 연구된 결과가 많다. 우려의 시각만으로 진전을 볼 수 없다"며 백두산 호랑이 야생복원 프로젝트에 강한 애착을 피력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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