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단짝친구 센스…거절할 수 없는 사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여고시절 아주 사소한 일로 단짝과 다툰 적이 있다.

무슨 일인지는 기억할 수 없지만 단짝이다 보니 아무것도 아닌 것에 삐치고 싸운 적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다툰 뒤로는 또 유치하기가 짝이 없었다. 어느 날은 싸워서 책상을 약간 띄우고 서로 말도 하지 않고 앉아서는 나는 뒤쪽 친구들과 말을 하고 단짝은 앞쪽 친구와 말을 했다. 쌍둥이처럼 닮은 단짝과 항상 붙어다니다가 싸워서 떨어져 다니면 주위친구들은 싸웠냐고 묻곤 했다. 그럴 때마다 안 싸웠다고 말을 했지만 티가 났나보다.

그러다가 며칠 안가서 먼저 얘기를 꺼내고 싶었지만 그때는 왜 그렇게 쓸데없는 자존심이 셌는지 먼저 사과의 손을 내밀지 못했다. 내내 불편한 마음으로 지낼 수밖에 없었다. 따져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말이다. 그렇게 3일째 되는 날이었다. 등교하고 1교시를 시작하려고 책상 서랍 속에 손을 넣었는데 서랍안에는 꼬깃꼬깃 접은 쪽지 하나와 먹음직스럽게 잘 익은 사과 하나가 놓여 있었다.

쪽지내용은 "이렇게 지내니 너무 불편하다. 어떻게 우리가 싸우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싸우지 말고 잘 지내자. 미안해! 그리고 나 진짜 사과했다"라고 쓰여져 있었다.

그 쪽지를 받는 순간 감동과 미안함으로 얼굴이 붉어졌고 떨어져 있던 책상을 살짝 붙이며 씨익 웃었다. 받은 사과를 두 쪽 쪼개어 나눠 먹으면서 "진짜 사과받았네"라며 둘은 웃으며 한 번 더 진한 우정을 다짐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두 가지의 뜻깊은 사과를 받았다.

강민정(대구 남구 봉덕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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