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나뭇가지, 두툼한 외투, 마지막 달력과 팔공산을 하얗게 덮은 눈이 겨울을 실감하게 합니다.
누구는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라고 하지만 서민들에게 있어 추위는 너무나 큰 고통입니다. 특히나 올해는 10여 년 전 IMF 때를 연상케 하여 우리 마음을 더욱 얼어붙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부동산 폭락이니 환차손이니 하는 이야기는 있는 자들의 이야기라 치부하더라도 경기 불황으로 인한 조업시간 단축이나 신규 인력 채용 급감, 혹은 적자나 부도 등의 이야기는 당장 우리 서민들에게 공포로 엄습하고 있습니다.
또한 밤을 낮처럼 밝히던 공단의 불이 꺼지고 시장 상점들의 내려진 셔터는 더 이상 졸라맬 허리가 없는 서민들의 어깨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세계 경제의 몰락은 그 바닥을 알 수 없어 우리를 더욱 공포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하여 정치권과 기업들을 향해 뭔가 해결책을 찾아보라 아우성을 쳐 보지만 10년 전의 고통은 잊었는지 정쟁에 몰두하고 제 몸집 불리기에만 급급합니다. 뭔가 기대를 한다는 것이 어쩌면 망상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이 우리 서민들을 위해 뭔가 대책을 세워줄 것을 기대하기보다 지금은 당장 우리 스스로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나가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우선 아낄 것과 줄여야 할 것이 무엇인지 찾게 됩니다. 이미 줄일 대로 줄인 살림살이에서 더 줄여야 한다는 것이 고통스럽고 서럽지만 당장에 좋아지리라는 희망이 보이지 않기에 어쩔 수 없이 눈이 빨개지도록 가계부를 들여다봅니다. 그러다가 나와 같은 처지의 이웃을 보며 위안과 용기를 가지게 됩니다. 나와 같은 고통을 바로 옆집도 똑같이 느끼고 있다는 것이 위안 아닌 위안이 됩니다.
한편으로 적극적인 대처 방안도 모색해 봅니다. 투잡을 생각해 보고 업종을 전환하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봅니다. 지금까지 해 오던 방식을 벗어나 책도 읽어보고 인터넷에서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여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확인하고 적용도 해 봅니다. 나만의 방식을 벗어나 사회 현상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새로운 시도를 합니다. 쉽진 않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일말의 희망이라도 보입니다.
측은지심도 생깁니다. 내가 이렇게 어려운데 홀몸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은 얼마나 힘들까 걱정하는 마음에 찾아봅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 떨어져 계시는 부모님에 대한 마음도 더욱 애틋해지고 더 신경이 쓰이게 됩니다. 그들로 인해 조금은 위안이 되고 힘겨운 겨울이 조금이나마 덜 고통스러울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우리 스스로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은 다 강구를 한 듯 보입니다. 더 이상 소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입니다.
이제는 우리 서민들이 노력한 만큼 정치권과 지도층들이 노력해야 합니다. 정쟁에 몰두할 것도 아니요, 그들만의 리그를 펼쳐서도 안 됩니다. 적극적인 감세와 기업에 대한 지원, 그리고 과감한 규제 철폐로 기업이 충분한 투자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안정된 일자리만으로도 서민들의 겨울나기는 한결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과도하게 지출되는 가계의 부담을 줄여주어야 합니다. 주거, 보건의료, 사교육비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특히 이 세 분야는 없는 이들을 더욱 서럽게 하는 것이라 정부는 더더욱 신경써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들이 겪는 고통을 함께 느끼고 고통을 보듬을 수 있는 측은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국민들은 위안을 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겨울입니다.
계절적으로도 이미 입동을 지나고 수은주도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이나 차가운 바람만큼 서민들의 경제와 마음에도 겨울입니다.
이 겨울의 추위를 얼마나 덜 느끼고 빨리 지나가게 하느냐는 우리 국민들 개개인과 정부와 기업이 서로에게 얼마나 위안이 되고 힘을 줄 수 있느냐에 달린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올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에 한시라도 빨리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채명지 대구광역시 달성군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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